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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친절하세요

김우성
김우성 wskim@kyeongin.com
입력 2024-05-21 20:14 수정 2024-05-2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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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김포 공무원 사망사건을 계기로 악성민원 대응 부처합동 TF를 꾸렸던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최근 발표했다. 민원전화를 처음부터 자동 녹음할 수 있게 하고 폭언이 계속될 시 공무원이 먼저 통화를 종료할 수 있게 했다. 온라인에서 단시간에 민원폭탄을 퍼부을 경우 이용을 제한하거나 동일내용 반복민원에 대해서는 사안을 종결토록 하고, 기관 홈페이지 등에서 공무원 개인정보를 비공개하도록 권고하는 등 이전과 확연히 구분되는 대책을 내놓았다.

수사·사법기관도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숨진 공무원을 비난하고 협박성 전화를 건 민원인들이 경찰의 발 빠른 수사로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달 고용노동청 공무원을 장기간 협박한 민원인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자 검찰은 "국민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악성민원 사건에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항소했다. 이달 초에는 불법 주정차 견인 도중 자신의 외제차량이 고장 났다며 공무원을 협박한 일가족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높은 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여전히 불안해한다. 어떠한 대책도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 규정된 신분상 한계는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을 향한 하대의 밑바탕에는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짙게 자리하고 있다. 공무원들에게는 심지어 '친절의 의무'도 있다. 또 다른 의무사항인 '영리업무 금지', '정치운동 금지', '종교 중립' 등과 비교해 유독 잣대가 모호한 족쇄다. 자의적으로 해석될 감정의 영역을 법으로 규정하다 보니 '불친절하다'며 감사를 청구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공무원이라면 부당한 일을 겪어도 무조건 친절하게 봉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남아 있는 한, 악성민원은 변함없이 공직사회를 교묘하게 파고들 것이라고 현장의 공무원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를 방치함으로 인한 인력 공백과 행정서비스 질 저하는 정부에 대한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추후 관련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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