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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도 초월한 57년 우정이 만든 전시…인천 떼아뜨르다락 ‘니시모도 타이칸展’

박경호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입력 2024-05-25 19:50 수정 2024-05-25 20:00

오는 31일까지 신포동 떼아뜨르다락서 개최

구상과 비구상 넘나드는 알록달록 색감과 동심

 

신용석 시립박물관 운영위원장과 57년 우정,

인천서 전시 연 계기돼…한일관계 속 뜻깊어

니시모도 타이칸 작가의 ‘환영’(왼쪽)과 ‘아루라의 교회’. 알록달록한 색감이 돋보인다. 2024.5.22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니시모도 타이칸 작가의 ‘환영’(왼쪽)과 ‘아루라의 교회’. 알록달록한 색감이 돋보인다. 2024.5.22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팔순의 일본인 화가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인천 중구 신포동의 소극장 떼아뜨르다락 내 한옹사랑방에서 작은 전시를 열었다. 57년간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을 이어온 친구가 인천으로 초대했다. 그 귀한 인연이 이번 전시를 더욱 뜻깊게 만든다. 오는 31일까지 이어지는 니시모도 타이칸의 전시다.

전시 작품들의 알록달록한 색감이 예쁘다. 어촌 마을 풍경을 담은 작품 ‘환영’에선 작고 낡은 어선마저 고운 빛깔로 그려냈다. ‘아루라의 교회’ ‘벚꽃마을’ ‘파리의 거리’ 등 동화풍의 풍경화는 원로의 그림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동심이 가득하다. ‘사이버 공격’ ‘사랑은 왕이다’ 같은 추상화도 그렸다. 전시장엔 니시모도의 작품 12점이 걸렸다.

1944년 일본 나라현 텐리시에서 태어난 니시모도 타이칸은 어릴 적부터 화가를 꿈꿨으나, 부모의 반대로 미술대학으로 진학하지 못했다. 그는 윤동주 시인이 다녔던 교토의 명문 도시샤대학 대학원을 마치고, 대학에서 문과계 강사로 활동했다. 세계 각지의 미술관을 찾아다니며 열망한 끝에 60세가 넘어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013년 첫 개인전을 연 이후 각종 공모전에서 입선했다.

니시모도 타이칸과 신용석 인천시립박물관 운영위원장의 57년 우정을 보여주는 각종 사진과 서신. 2024.5.22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니시모도 타이칸과 신용석 인천시립박물관 운영위원장의 57년 우정을 보여주는 각종 사진과 서신. 2024.5.22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니시모도 타이칸을 인천으로 초대한 이는 지역 원로인 신용석(83) 인천시립박물관 운영위원회 위원장이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신용석 위원장은 1967년 한국과 일본 청년들이 한일 관계를 논의하는 학술대회의 한국 대표단으로 합류해 일본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일본 대표단에 있던 니시모도 씨를 처음 만났다. 이듬해 서울대학교 대학원으로 유학 온 니시모도 씨는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 편집국에서 신용석 위원장과 재회했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한일 관계에도 두 사람의 우정은 지속됐다.

신용석 위원장의 조선일보 파리 특파원 시절에는 파리에서, 10년 전 인천아시안게임 때는 인천에서 만났다. 신 위원장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 유치위원장을 지냈는데, 아시안게임이 열리자 니시모도 씨를 초대했다. 신용석 위원장과 니시모도 씨는 난마처럼 얽힌 한일 관계를 안타까워했고, 어떻게 풀 수 있을지 밤새워 토론도 해봤다고 한다.

니시모도 타이칸 作 두 아가씨 2024.5.22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니시모도 타이칸 作 두 아가씨 2024.5.22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니시모도 씨는 한국을 무척 좋아한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셀카’를 찍는 2명의 젊은 여성을 그린 작품 ‘두 아가씨’를 보면 그의 애정 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두 아가씨’는 한국과 일본의 청년이 아닐까 상상해볼 수도 있겠다. 전시장에선 신용석 위원장과 니시모도 씨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 오랜 세월 속에서 주고받은 서신도 볼 수 있다.

지난 17일에는 니시모도 씨와 신용석 위원장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신 위원장은 “니시모도는 깊은 연륜을 바탕으로 구상과 비구상을 넘나들며 일본에서 아주 활발하게 활동하는 화가”라며 “이번 전시를 매개로 인천의 친구들에게 니시모도를 소개하고, 우리의 우정이 갖는 의미도 되돌아봤다”고 말했다.

니시모도 타이칸 전시가 열린 인천 신포동 떼아뜨르다락 한옹사랑방. 2024.5.22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니시모도 타이칸 전시가 열린 인천 신포동 떼아뜨르다락 한옹사랑방. 2024.5.22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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