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간병인 헌신 기대는 우리 사회
노부모 부양자 57% 경제적 어려움
수입은 없고 고정적으로 큰 지출뿐
요양보호사 쓰기엔 인건비 부담 커
정부 운영하는 제도 실효성 물음표
경인일보 디지털콘텐츠센터가 미드저니 ai에 ‘가족간병에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노년 간병인, ’올드케어러’를 입력하여 생성한 이미지 /경인일보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앞에 장사는 없다. 젊은 시절 건강한 신체는 나이 먹을수록 쇠약해지고, 질병에 취약한 몸이 된다. 내 가족도 노쇠할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에서 아픈 가족을 간병하는 일의 1차적인 책임은 늘 그 가족이다. 그래서 누구나, 언젠가는 가족 간병의 책임을 맡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다음은 최명숙(가명·64세)씨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논픽션'이다.
2018년, 어머니가 쓰러졌다. 어머니는 '뇌경색'이었다. '좌측 편마비' 증상으로 어머니는 누군가의 돌봄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환자가 됐다. 오랜 시간 아버지를 돌봤던 어머니는 이제 간병의 대상이 됐다. 어머니의 입원과 아버지의 간병이 동시에 파도처럼 밀려왔다.
아버지의 아침식사를 차린 후 곧장 어머니가 있는 병원으로 이동해 하루 종일 간병했다. 그동안 집에 혼자 있는 아버지는 하루에 3시간씩 방문하는 요양보호사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저녁식사 때가 되면 집에 돌아와 아버지를 챙겼다. 집과 병원의 반복이었다.
엄마를 병원에 모신 5년간 병원비 걱정은 항상 나를 쫓아다녔다. 일을 못해 수입은 없는데 고정적으로 큰 지출만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카드 돌려막기와 대출로 간신히 막아보지만 매일이 버겁다.
어머니를 집에 모시고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그 사이 어머니는 치매까지 앓고 있었다. 하루 24시간 중 21시간을 어머니 옆에 있었다. 쉼 없는 간병에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결국 4개월만에 어머니는 다시 요양병원으로 돌아갔다. 잠시라도 쉴 수만 있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요즘 매일 어머니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최씨의 사례처럼 우리 사회는 노노간병인의 헌신에 기대, 이들의 일상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간병 환경조차 지원해주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 |
안정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운 노년층은 턱없이 부족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만으로 생계를 감당하고, 개인이 오롯이 책임지는 구조 속에 있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
→ 관련기사 ([밀려난 삶의 반: 가족간병과 나·(下)] 가족의 큰짐 사회가 나눠 질때 '간병할 자유' 보장된다)
/공지영·유혜연·한규준기자 jyg@kyeongin.com
![]() |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