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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건축기행·(11)] 아이들은 상상의 나래 펼치고, 어른들은 걱정과 근심 날리고

입력 2024-05-27 21:01 수정 2024-06-11 14:02

KT&G 상상마당 춘천 (옛 춘천시어린이회관)


의암호 수변에 '종이비행기' 닮은 멋스러운 건축물
야트막한 동산 등진 '배산임수' 아름다운 풍광 자랑
'한국의 로렌초' 김수근 설계… 붉은 벽돌의 대향연
리모델링 전 '강원도 어린이회관'… 동심세계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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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의 서쪽을 둘러싼 의암호. 그 수변을 거닐다 보면 '종이비행기'를 닮은 멋스러운 건축물 하나를 만날 수 있다. 누군가는 그 자태가 '나비모양'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두 세번 고쳐봐도 나비보다는 비상을 준비하고 있는 종이비행기의 모습을 하고 있다. 바로 'KT&G 상상마당 춘천(이하 상상마당 춘천)'이다.

옛 이름은 춘천시어린이회관, 그 전에는 강원도어린이회관으로 불리던 장소다. 지금은 공연장과 스튜디오, 연습실 등으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장소 가운데 한 곳으로 널리 애용되고 있지만 1980년 개관 당시에는 거의 유일한 문화공간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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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탁월한 입지




야트막한 동산(삼천동생태공원)을 등지고 의암호를 앞마당처럼 거느린 대지 위에 건물을 쌓아 올렸으니, '상상마당 춘천'은 지세(地勢)만 놓고 보면 영락없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풍수지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이들도 감탄사를 절로 뱉을 정도의 입지다.

더군다나 의암호를 퍼내거나 메우지 않는 이상 근처에 딱히 건물이 들어설 공간이 없고, 의암호 바로 다음 순서가 산이고 그다음도 산이기에 스카이라인이 44년 전, 건물이 들어설 때와 전혀 다르지 않은 것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니 아름다운 풍광이 변함없이 흐르고 또, 펼쳐짐은 물론이다.

춘천시 도심에서 살짝 외진 곳에 있어 접근성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 곳에 처음 닿았을 때의 느낌은 그러한 작은 번거로움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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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상상마당 야외공연장 관객석 중앙의 가장 높은 곳에서 의암호 방향을 바라보면 펼쳐진 날개(지붕) 선을 따라 멀리 산의 능선이 양옆으로 가지런히 펼쳐진 것을 조망할 수 있다. /강원일보=박승선기자

상상마당 춘천에 다다르는 길은 두가지 있다. 강원국악예술회관 쪽에서 완만한 경사의 언덕 끝을 목적지로 정하고 공간 안으로 들어서는 것과 춘천 MBC를 지나 숲길을 건너 야외공연장을 계단삼아 품에 안기는 방법이 그 것이다. 설계도 상에서 전자가 중앙 출입구로 들어오는 것이고 후자는 말하자면 부출입구, 후문으로의 입장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16번 버스를 타고 상상마당입구 정거장에서 내려 강원국악예술회관을 스쳐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춘천 MBC와 춘천지구 전적기념관 사이 광장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후문'으로 통과할 것을 추천한다. 특히 그 시간이 어스름 때라면 더 좋다. 숲길 마지막 코너를 지나치는 순간 붉게 번지는 낙조를 배경으로, 조명에 달궈진 건물의 환상적인 모습과 조우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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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상상마당 춘천의 A동과 B동을 잇는 구름다리는 앞으로 펼쳐진 의암호와 산세를 어떠한 걸림도 없이 볼 수 있는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강원일보=박승선기자

■ 한국 현대건축의 선구자 김수근 작품


'상상마당 춘천'의 설계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한국의 로렌초'라고 극찬한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맡아 진행한 것이다.

로렌초 데 메디치(Lorenzo de' Medici)가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을 후원, 문화예술을 꽃피게 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당시 타임은 한국 현대건축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수근을 한국의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는 인물로 지목, 헌사를 보낸 것이다.

아마도 이탈리아 르네상스 발상지인 피렌체 건물이 온통 붉은색 테라코타 지붕으로 뒤덮인 모습과 김수근 건축물의 특징을 연관시킨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김수근이 남긴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 상상마당 춘천은 다행스럽게도(?) 쉬이 헐어내지 못하고 개관 때의 모습을 아직까지 지켜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공간 안으로 들어서면 스르륵, 붉은 벽돌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 흔적 만으로도 건축학도들은 이 건물이 김수근의 설계로 완성된 건물임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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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상상마당 춘천의 내부. 건축가 김수근이 이 건물 개관 당시 한 인터뷰에서 밝힌 숨바꼭질, 공간상의 해프닝이 이식된 경사로가 눈길을 끈다. /강원일보=박승선기자

■ "호숫가에 피어나는 끝없는 동심세계"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상상마당 춘천'이 리모델링 전, '강원도 어린이회관'이라는 이름으로 준공된 것은 1980년 5월5일(아직 건물에 머릿돌이 남아있다) 어린이날이었다.

물론 개관일은 5월24일 토요일이었지만 준공일을 어린이날에 맞추고 건물명 자체에 '어린이'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목적이 있는 건물이라는 점에 이견을 달기는 힘들 듯하다.

여기에 당시 춘천과 원주시에서 열린 '제9회 전국소년체전'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이 추진된 점 등 설계에 있어서 '어린이'를 중심 요소로 감안해야 하는 이유는 여럿 있었다. 그것은 건물의 효율적 이용보다는 '효용'에 더 큰 가치를 둔 건축철학이 필요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상상마당 춘천'에는 아직도 어린이를 염두에 둔 요소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김수근은 건물 설계를 하면서 '재미있게 만든다'에 방점을 찍었다고 밝혔다.

상상마당
춘천시 의암호 수변에 자리잡은 KT&G 상상마당 춘천(옛 춘천시어린이회관)은 한국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으로 마치 비상을 준비하는 종이비행기 형상을 하고 있다. /강원일보=박승선기자

/강원일보=오석기기자,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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