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송사에도 원정 다니는 신세
지역간 사법서비스 격차 더 벌어져
법원이 없는 경기지역 대도시에 시·군법원을 설치하기 위한 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폐기됐다. 인구가 늘고 사법서비스 수요도 증가하고 있지만, 법안 통과가 지지부진하면서 시민들의 불편만 장기화될 전망이다.
30일 화성·시흥시와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실 등에 따르면 화성시와 시흥시에 시법원을 설치하는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법원설치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발의 1년여 만인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이후 여야 갈등으로 후속 절차를 밟지 못하며 결국 이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법 개정을 통해 법원 설치를 기대하며 그동안 불편을 감수해 온 해당 지역주민들은 여전히 사법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최근 인구수 100만명을 돌파해 대도시 대열에 진입한 화성시 시민들은 시·군법원이 맡을 수 있는 소액심판사건, 즉결심판사건, 협의이혼사건 등 비교적 가벼운 송사에도 수원지방법원 또는 오산시법원으로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인구수 51만명의 시흥시도 인근 수원지법 안산지원의 신세를 져야 한다.
이에 대도시에 진입한 지역의 시민들은 시·군법원 설치를 열망해 왔다. 화성시가 지난해 5월 실시한 화성시법원 유치 필요성을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천68명 중 94.2%(7천602명)가 법원 유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시흥시에서도 법원 유치를 위한 시민연대 운동이 진행됐고, 시흥시의회는 국회 등에 수원지법 시흥지원 신설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법조 인프라 부재는 사법서비스 격차로도 이어진다. 시·군법원이 없으면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을 몰라 법의 보호를 충분히 못 받는 이들에게 법률상담과 소송대리 등을 지원하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지소가 생길 수 없고 등기소 설치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결국 법원의 유무에 따라 지역 간 사법서비스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했던 권칠승 의원은 "여야합의로 통과된 화성시법원 설치법이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해 유감"이라며 "시민들의 사법서비스 증진을 위해 이번 22대 국회에선 반드시 통과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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