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 베트남 부부·안산 4남매 비극
최근 3년간 멀티탭 관련 불 266건
"오래된 주택 점검·예방법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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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오전 2시께 군포 당동의 베트남 국적 부부의 주택 1층에서 멀티탭 전기 누전으로 화재가 발생한 현장. 2024.5.14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
지난달 14일 새벽 군포시 당동의 한 주택 1층 세대에서 불이 났다. 10여년 전 한국에 들어와 지난 1월부터 이 집에 살던 30대 베트남 국적 부부는 한밤중 닥친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아내는 화재 당일 숨졌고, 남편은 의식을 잃은 채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흘 뒤 결국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이날 불이 멀티탭의 전기 누전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 1차 감식 당시 가스밸브는 잠겨 있었고, 멀티탭에는 문어발처럼 전기자전거 배터리가 10여 개 충전 중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화재 감정을 의뢰해 멀티탭의 전기 누전으로 인해 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량의 전기를 한꺼번에 사용하면서 누전이 일어났고, 대형 화재로 번졌다는 것이다.
경기지역에 멀티탭의 전기적 문제로 인한 화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기 합선 등에 따른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도사리지만, 이주민 가정과 노인 등 취약계층 중심의 피해가 이어져 이들 대상으로 안전점검과 예방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경기지역에서 멀티탭(본체)으로 인한 화재는 총 266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1년 74건이던 멀티탭 화재는 2022년과 지난해 각각 96건씩 발생하며 화재 빈도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멀티탭 본체와 연결된 전선까지 화재 발화지점을 넓혀보면 화재 발생 수치는 더 늘어난다. 지난해 3월 새벽 안산시 단원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나이지리아 국적의 어린 남매 4명이 숨진 화재 사고도 멀티탭 전선 불량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현준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부소장은 "외국인과 혼자 사는 노인 등 취약층의 경우 사는 조건 자체가 열악한 경우가 많아 가정용 소화기가 보급되지 않거나 전선이 정리되지 않는 등 문제가 많다"며 "오래된 주택 대상 안전점검과 기본적인 예방교육 정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소방은 이주민 가정, 노인 등 취약층을 대상으로 화재 대응법 등 예방교육을 상시 진행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멀티탭처럼 화재 발생 위험이 큰 전자기기를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비롯해 응급처치 교육, 소화기 사용법 등 각 소방서에서 이주민 쉼터, 외국인 사업장, 노인 시설을 찾아 교육하고 있다"며 "외국인으로 구성된 '글로벌119안전강사'도 올해 본격적으로 꾸리는 등 대상별 교육을 다양화하는 정책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현·목은수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