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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국립농업박물관 '땅의 기록, 흙의 기억'

유혜연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입력 2024-06-10 19:14 수정 2024-06-10 19:17

地에 담긴 오랜 이야기, 인간사를 읊다


조상들 희로애락 펼쳐… 142점 전시
단원 김홍도 산수인물도 등 첫 공개

농지 면적측정법·사진 작품 선보여
"삶의 터전, 소중함 깊이 기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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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사회에서 살아가던 우리의 조상은 농사에 울고 웃었다. 농사는 곧 일상이었다.아침 일찍 논밭으로 나가 땀 흘려 작물을 가꾸고 가을에 추수하는 게 인생 최대의 과업이었다. 후대에 전해지는 무수한 그림과 유물들 속에 유독 땅과 흙에 연관된 기록이 많은 이유다.

수원시 서둔동 소재 국립농업박물관의 기획전 '땅의 기록, 흙의 기억'에서는 땅에 얽힌 조상들의 희로애락을 펼쳐낸다. 농경지로부터 시작된 역사와 문화는 전시실 내 자리한 142점의 작품과 유물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국립농업박물관
여름철 논의 풍경을 그린 김흥도 作 '산수인물도'.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총 4개 파트로 구성된 전시는 각각 회화, 라이브러리, 역사, 지속가능성으로 구분해 다양한 자료와 작품들을 선보인다. 단원 김홍도의 산수인물도 등 이번 전시에서 최초 공개하는 유물과 회화가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한 포인트다.

고즈넉한 농가의 풍경을 부채에 수묵화로 표현해낸 김홍도의 작품은 당시 선조들의 모습을 가늠해보게 한다. 정자에 앉아 있는 한 인물과 풍경을 둘러싼 벼와 논, 그리고 중국 당나라 시인 왕유의 시를 새겨 넣은 점도 특징이다.

국립농업박물관
국립농업박물관 '땅의 기록, 흙의 기억' 전시실 내 농업과 관련된 유물들과 작품들이 전시돼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이외에도 1부 '흙에서 농경지로'에서는 백제시대부터 조선후기까지 선조들이 어떻게 땅을 농경지로 활용해 왔는지, 농사와 연관된 다양한 기록과 회화 작품을 살필 수 있다.

2부 '땅과 사람'은 근현대 시기 영상, 뉴스, 시, 사진으로 채운 라이브러리 공간이다. 조도를 낮춘 2부 전시실에서는 현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이 바라본 흙과 땅의 의미를 전한다. 평생 농업과 관련된 사진을 찍어온 최수연 작가의 작품과 흙에서 영감을 얻어 써내려간 여러 시인의 시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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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가지의 전답별 형태와 면적을 구하는 방법이 7언 절구로 서술된 조선시대 ‘전형도’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3부 '땅, 먹거리, 재화'에서는 한정된 농경지를 관리하고, 이를 소유하고 분배했던 역사를 주제로 삼았다. 농경지의 모양과 측량법을 기록한 조선후기의 대형 전형도에서는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스물두 가지의 전답별 도판을 절첩본 형태로 만들고, 면적을 구하는 방법을 노랫말로 쉽게 표현해냈다. 원주율이 3.14에 가깝다는 것을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아울러 농민의 농지 소유권을 최초로 인정한 '제헌 헌법'도 확인할 수 있다.

4부 '다시, 흙으로'에서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기 위한 흙의 가치에 주목한다. 유기농, 환경농업에 관련된 간행물과 UN에서 선포한 농민권리선언 등은 흙에 깃든 수백 년 조상들의 역사를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간직해 나가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국립농업박물관
국립농업박물관 '땅의 기록, 흙의 기억' 전시실 내 농업과 관련된 유물들과 작품들이 전시돼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황수철 국립농업박물관장은 "긴 시간 우리가 땅을 일구며 남긴 기록을 살펴봄으로써, 앞으로 땅과 흙이 우리 삶의 소중한 터전이자 온 생명의 바탕임을 깊이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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