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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입법 전권과 거부권의 충돌, 나라가 돌아가겠나

입력 2024-06-11 19:58 수정 2024-06-12 11:02

여당 없이 상임위원장 선출
10일 국회 본회의장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있는 가운데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이 상정되고 있다. 2024.6.10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0일 심야에 국회 본회의에서 법제사법, 운영,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장으로 당 소속 의원들을 선출했다. 여당이지만 소수당인 국민의힘은 상임위원장 선출 표결에 불참했다. 11개 상임위중 법사위는 원내 2당, 운영위는 여당에게 할애해 온 것이 국회의 전통이었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법사·운영위원장을 자당 몫으로 결정하고 국회 전통에 따라 두 위원회가 자당 몫이라는 국민의힘과 협상을 벌여왔다.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운영위를 포기하는 대신 법사위 고수라는 최종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회법을 앞세워 민주당은 자당 몫으로 정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하는 것으로 종결됐다.

국회법은 임기 개시일 7일 이내에 본회의를 열어 의장단을 선출하고 그 후 3일 이내에 상임위원장을 선출해 원 구성을 완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5일 선출된 만큼 10일 11개 상임위원장 선출도 법 규정을 어긴 지각 원구성인 셈이다. 따라서 여당과의 원구성 협상이 결렬돼 국회법대로 원구성을 서둘렀다는 민주당의 입장은 법적으로 타당하다. 상대가 있는 협상인 만큼 항상 합의에 이를 수 없고, 그럴 경우 다수결로 결론을 내는 것은 민주주의의 일반적 의사결정 원칙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법대로 상임위 독식으로 대통령의 법대로 거부권을 인정해야 하는 귀납적 상황을 자초했다. 실제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1일 "민주당이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 민주주의 본령을 외면하고 힘자랑 일변도의 국회 운영을 고집한다면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의 명분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거대 야당이 국회법을 앞세워 입법 독주 채비를 갖춘 만큼, 행정 수반인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재의요구권, 즉 거부권으로 견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거대야당의 입법 전권과 대통령의 거부권이 법대로 충돌하는 양상이 수시로 반복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라면 타협이 본질인 정치가 실종된다. 야당은 각종 특검법들을 발의할 준비를 마쳤다. 여당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것이다. 정치입법과 거부권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소란에 민생입법은 실종될 것이 뻔하다. 무엇보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퇴로가 끊긴 외나무 다리에서 충돌하면 입법과 행정이 동시에 물에 처박힌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이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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