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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리튬공장 화재] "차별 그냥 두면 산재 또 반복"… 아픔 털어놓는 이주노동자들

한규준
한규준 기자 kkyu@kyeongin.com
입력 2024-06-26 20:53 수정 2024-06-26 20:55

혐오 인식, 열악한 노동환경 유발
"국적 다르지만 내 가족 같아 씁쓸"

 

화성 리튬전지 공장화재 추모 분향소 추모객 (21)
26일 화성시청에 마련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추모 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헌화 후 묵념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2024.6.26/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화성 리튬공장 화재는 이주노동자 18명의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갔다. 화마에 숨을 거둔 이들처럼 '코리안 드림'의 꿈을 갖고 한국에 건너온 이주노동자들은 비슷한 처지에 있던 동료의 죽음 앞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외국인이란 이유로 차별받고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리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6일 낮 12시40분께 시흥시 정왕동의 시화공업단지에서 만난 베트남 국적 이주노동자 A(41)씨는 5년 전 한국에 와 금속 제조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서투른 한국말 속에서도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난다며 격해진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A씨는 "이번 사고로 나와 같은 외국인들이 죽었고 피해자 대부분이 외국인이어서 더 슬프다"며 "피해자와 국적도 다르고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마치 내 가족이 죽은 것 같은 마음"이라고 씁쓸해했다.

이들은 여전히 외국인이란 이유만으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점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품고 있었다. 일터에서도 이 같은 인식이 반영돼 자신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흥의 한 공장에서 근무하는 태국인 암(32)씨는 직장 동료들로부터 늘상 무시와 홀대를 당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할 때가 있어 실수도 하는데 그럴 때면 관리자가 소리를 치거나 핀잔을 준다"며 "한국인이 아니기에 모르는 말이 있을 수 있는데 왜 무시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화성의 한 금속 제조공장에서 일했던 네팔 국적의 미뽀크(33)씨는 프레스 기계로 금속의 모양을 잡는 일을 하다 손이 절단되는 아픔을 겪었다. 프레스 기계 사이에 손을 넣는 위험한 작업을 하면서도 작업장의 관리를 받지 못해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고 성토했다. 미뽀크씨는 "기계가 종종 고장나 위험할 때가 있었지만 기계는 수리되지 않았다"며 "미리 고쳤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 같다. 사업자에게 보상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조합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3D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데, 3D 업종에서 일한다는 건 그만큼 산업재해에 쉽게 노출된다는 뜻"이라며 "이주노동자를 차별하고 같은 노동자로 대우하지 않는 문화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같은 일은 또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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