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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리튬공장 화재] 작업장 바로 옆인데… 1시간 버틸 방화구역 몰랐다

김준석·김지원
김준석·김지원 기자 joonsk@kyeongin.com
입력 2024-06-27 20:20 수정 2024-06-27 20:24

공장 3동 건물 2층에 내화벽 확인
내부엔 계단과 연결 대피도 가능
대피교육 했다면 피해 감소 목청


화성 일차전지(리튬) 공장 화재로 23명이 사망한 아리셀 3동 건물 2층 작업장의 바로 옆 방이 내화 기능을 갖춘 방화구역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시 1차 인명 대피를 위해 활용되거나 화재 확산을 방지하는 등 역할에 방화구역마저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한 셈이다.

27일 화성시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사고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 3동 건물 2층엔 내화벽으로 둘러싸인 약 237㎡(준공승인 도면 기준) 면적의 공간이 있었다.

이 공간은 2018년 4월 '튜빙실' 용도로 도면에 표시돼 화성시의 준공 승인을 받았지만, 사고 당시엔 '시험·평가실'로 쓰인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준공 도면을 참고했던 소방당국이 사고 이후 아리셀 측에서 얻은 2층 공간 구성 정보를 토대로 이같이 도면을 다시 그렸기 때문이다. → 그래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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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공간이 방화구역으로 지어진 건 건축법상 공장 등을 포함한 일정 기준 건축물들은 주요 구조부를 내화구조로 하도록 한 규정 때문으로 보인다. 같은 3동 건물 1층 역시 공간 배치에 차이는 있으나 2층보다 더 큰 면적의 방화구역이 조성돼 있다.

결국 23명에 달하는 작업자가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고만 공간에 바로 인접해,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화구역이 존재했던 것이다. 준공 도면에 따르면 해당 방화구역을 둘러싼 내화벽(외벽 제외)은 1시간가량 화재로부터 버틸 수 있고, 샌드위치 패널에 사용되는 내부 자재 중 가장 내화력이 우수한 글라스울을 쓴 것으로 돼 있다.

게다가 화재 발생 작업장 내부에서 가장 가까운 쪽 계단실 이외 같은 층 반대 쪽에 있던 다른 계단실이 방화구역과 연결돼 있었다. 아리셀이나 관할 소방당국이 해당 방화구역이 1차 대피 방안으로 쓰이도록 체계를 갖추거나 교육을 했다면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화재 시 대피는 방화구역과 관계없이 외부로 신속히 빠져나오는 게 원칙"이라고 했으며, 지난 3월 아리셀 공장을 현장 점검한 화성소방서는 당시 '인명구조 및 피난계획'과 관련 "주 출입구 이용 신속대피 필요"라고 점검 결과보고서를 작성했다.

한편 준공 도면상으로는 다수 사망자가 발생한 작업장과 화물 리프트(엘리베이터) 사이에 간이 벽체로 나뉜 공간이 존재하지만, 실제 사고 당시엔 해당 벽체가 제거된 상태로 소방당국은 파악했다. 간이 벽체의 경우 제거하거나 구조를 변경하더라도 관할 지자체에 신고할 의무가 없으며 불법도 아니다.

/김준석·김지원기자 joons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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