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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방의회 개혁

윤인수
윤인수 논설실장 isyoon@kyeongin.com
입력 2024-07-08 20:23 수정 2024-07-08 20:37

수원시의회 의장 선출과정 환호·탄식 교차
웰 메이드 드라마, 시민에겐 최악의 다큐
지방의회 '감투싸움' 의정농단 전국적 현상
시민권리, 사적 욕망 충돌 소수권력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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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주필
최근 수원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릴레이 삭발을 감행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20, 민주당 16, 진보당 1석으로 출범한 시의회다. 전반기 의장은 순리대로 국민의힘이 맡았다. 전반기 의장이 후반기 연임 의사를 밝히면서 일대 소동이 시작됐다. 국민의힘 의원 2명이 반발해 민주당으로 입당했다. 범야 다수가 되자 양당은 민주당 의장·국민의힘 부의장에 합의했다. 합의는 곧바로 휴지 조각이 됐다. 민주당 의장후보 경선에서 패한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의장 선거에 나섰고, 다시 다수당이 된 국민의힘도 의장 선거에 참여한 것이다. 결과가 놀라웠다. 민주당은 탈당한 무소속 의원에게 몰표를 줘 의장에 당선시키고 부의장도 민주당이 차지했다. 8개 상임위·특위 위원장도 민주당과 진보당이 독식했다. 다수당이면서도 적수공권이 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머리를 밀며 눈을 감았다.

빌미는 전후반기 의장직을 나누었던 신사협정을 깬 국민의힘의 내분이다. 민주당은 의회권력 독점을 위해 탈당한 해당 행위자를 만장일치로 지지하면서 결정적 장면을 연출했다. 양당의 절묘한 의석 지형을 활용해 의장으로 선출된 신임 의장은 출중한 지략과 결단의 주인공이 됐다. 소수당이 지방의회 권력을 독점하는 과정은 양당의 환호와 탄식이 교차한 웰 메이드 정치 드라마다. 하지만 시민에겐 최악의 다큐멘터리다. 민주당 시장을 선출하고 국민의힘이 다수인 시의회에 견제를 맡겼다. 지방자치 권력을 구성한 수원시민의 민의가 철저히 짓밟혔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당론으로 선출한 후보들이 아닌 발군의 정치 감각을 발휘한 사람이 의장직에 올랐다.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인 정당정치가 무너졌다.

민주당 4, 국민의힘 2석인 오산시의회 후반기 의장은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민주당에서 반란표가 나왔고, 지목된 의원은 탈당을 결행했다. 평택시의회도 소수당인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 반란표에 힘입어 의장에 선출됐다. 광명시의회 의장선거는 수원시의회와 정반대의 복사판이었다. 민주당 6석, 국민의힘 5석 구도에서 민주당 의원 1명이 탈당해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자 국민의힘이 지지해 당선시켰고, 국민의힘은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은 내부 반란표로 전반기 의장직을 민주당에 헌납했다. 여야 동수 의석에서 연장자 당선 규정에 따라 차지할 수 있는 전국 최대 자치의회 의장이었다. 내부의 권력 투쟁으로 당과 당원들의 몫인 성배를 걷어찬 것이다. 후반기 의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의석 수는 민주당 77석, 국민의힘 76석으로 변했다. 양당은 후반기도 민주당이 의장을 맡는 대신 상임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더 가지는 걸로 합의했다. 변수가 생겼다. 민주당과 척진 개혁신당 의원 2명이 의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견제 권력을 수복할 당 대 당 정치연합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꿀 먹은 벙어리다. 개혁 신당이 도와줘도 전현 대표단의 적개심으로 후보를 세울 수도 반란표를 막을 수도 없는 모양이다. 줘도 못 먹는 심리적 분당 상태라는 얘기다.

지방의회의 의정 농단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지역언론을 검색하면 '지방의회 감투싸움' 기사들이 줄줄이 뜬다. 감투싸움은 음모, 배신, 모략이 총동원된 합종연횡의 수 싸움에 머물지 않는다. 안양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의 유혈폭력 사태처럼 육박전도 불사한다.

감투싸움은 권력 때문이다. 지방의회는 지방정부 권력을 견제할 시민권리의 상징으로 풀뿌리 지방자치의 알파요 오메가다. 자치 부활 이후 30여 년이 흐른 동안 시민의 권리가 소수의 권력으로 변질됐다. 정치와 자치의 요체는 집단적 욕망의 민주적 조율이다. 지방의회가 의원들의 사적 욕망이 충돌하는 옥타곤으로 타락했다. 지방의회 무용론이 피어오른지 오래다. 지방의회 정상화를 위한 국민 제안들이 즐비하다. 지방의회 개혁은 국민연금 개혁과 쌍둥이다. 안 해도, 미뤄도 결과는 참혹하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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