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참성단] 무인점포

강희
강희 hikang@kyeongin.com
입력 2024-07-09 20:04 수정 2024-07-09 20:11

2024071001000122400011111

무인점포가 꾸준히 영토 확장 중이다. 중심 상권은 물론 아파트 단지나 학교·오피스 등 상가에 이미 입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1세대 아이스크림·문구·코인빨래방에서 출발해 카페·디저트·반찬에 이어 셀프사진·스터디카페·파티룸까지 진출했다. 반려동물용품·꽃·옷·공방·라면·계란… 접목하지 못할 분야가 없다. 특히 스포츠 시설은 피트니스·탁구·테니스·스크린골프 등 종목 불문이다. 유통업계는 전국에서 10만개 이상 영업 중이라고 추정한다. 자고 나면 무인점포가 생긴다는 말이 실감 난다.

무인점포는 비교적 소자본으로 '내 가게'를 뚝딱 차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사업자등록만 하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지 않아도 바로 개업이 가능하다. 직원이 없으니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고, 24시간 영업은 매출에도 긍정적이다. 매장에 매여있지 않아도 돼 시간적으로도 자유롭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이 일상화된 데다 불경기에 부업에 관심 있는 N잡러들에게는 솔깃한 장점이다.

하지만 '아프니까 사장이다'라는 주홍글씨는 무인점포도 예외는 아니다. 점포 수가 늘어나는 만큼 범죄도 가지각색 수법으로 꼬리를 문다. 경찰청에 따르면 무인점포 절도 사건 발생 건수는 2022년 기준 6천18건으로 월평균 500건이 넘는다. 지난달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이스크림 무인점포에서는 개업한 지 1주일도 안 돼 70대 고령으로 보이는 남성이 5차례 연달아 아이스크림을 주머니에 넣고 달아났다. 앞서 한 무인사진관에서는 새벽에 방문한 성인 남성 2명이 먹다만 아이스크림을 카드 단말기에 꽂아놓고 가 기기값과 출장수리비 30만원을 손해 봤다. 키오스크를 파손하고 현금을 훔치거나 8시간 동안 무전취식하고 기물을 부수기도 한다. 물건도 사지 않고 동전을 지폐로 교환해가거나 최악의 경우 용변 테러까지 말문이 막힌다.

점주들은 CCTV로 매장 내 상황을 보고 경고방송을 할 때도 있지만 눈뜨고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액 사건이라 수사 착수가 지연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모자이크 없이 절도범 사진을 게시했다가 되레 명예훼손으로 역공 당할 수도 있다. 신용카드나 QR코드 등 신분인증장치를 도입하는 무인점포가 많아지는 이유다. 불량·진상 고객이 많아지면 선량한 고객까지 감시의 대상이 된다. 무인점포가 '양심 저울대'로 전락한다면 낯 뜨거운 일이다.



/강희 논설위원


# 키워드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