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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미분양 상가의 유혹

입력 2024-07-10 20:15

분양받을때 조건보다 상권 더 중요
장사 안되면 임대차계약 유지 어려워
시행사·임차인 체결한 계약도 체크
계약승계 말고 세부내용 조율해야
미분양 이유 임차인 입장서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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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
상가는 노후를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인 투자처이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자 상가의 공실률이 늘고 있다. 웬만한 상권이 아니고는 선뜻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미분양 상가도 속출하고 있다. 오죽하면 재건축 조합에서 상가를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겠는가.

그럼에도 상가는 고정적인 월수입이 보장된다는 장점으로 인해 여전히 일반인들의 투자 대상 1순위이다. 이를 잘 아는 시행사는 미분양 상가를 처분하기 위해 '월수입 보장', '임차인 입점 확정' 등과 같은 자극적인 문구로 일반인들을 유혹하고, 인근 공인중개사를 영업사원으로 활용하여 미분양 상가를 홍보한다. '공실'이 해결됐으니 분양만 받으면 매월 안정적인 월수입이 보장된다는 기대가 생긴다.

그렇기에 시행사는 미분양 상가의 임차인을 찾기 위해 사활을 건다. 장기간의 월세 면제(렌트프리), 인테리어 비용 지원 등 임차인이 입점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임대차 조건을 내건다.

상가 투자를 고민하던 투자자는 이미 임차인이 확보되었다는 말에 매력을 느끼고 대출받아 상가를 분양받는데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상가를 분양받으면서 시행사와 임차인이 체결한 임대차계약을 승계했으나, 임차인이 영업을 개시하지 않거나 한두 달 정도 월세를 내다가 월세를 연체하기 시작하는 경우이다. 인테리어업자와 분쟁이 발생했다거나 영업이 잘되지 않아 어렵다는 등 그 이유도 그럴싸하다. 임차인을 탓할 수도 없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월세를 3기 이상 연체하면 임대인은 언제든지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대출이자를 갚아야 하는 임대인은 월세가 3기 이상 연체되자 임차인에게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한다. 그러자 임차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폐업한다. 보증금이 남아 있는 이상 임차인은 남은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월세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관리비도 임대인 책임이다. 임차인의 건물인도 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반환 의무가 동시이행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상황이 모두 의도된 것이라면 어떻겠는가? 시행사가 보유하는 미분양 상가의 지원금을 노리는 자들이 있다. 깡통 법인으로 상가를 임차하면서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높이면서 시행사로부터 각종 지원금을 받는다. 시행사는 월세 수익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보증금이 적절한지, 임차인이 어떤 회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시행사와 임차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신축 건물의 상가는 그 면적이 작게 나누어져 있기에 임차인은 한 번에 여러 호수를 임차하여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사기로 고소하는 것도 그 입증이 쉽지 않다.

상가를 분양받을 때는 분양 조건보다 입지나 상권이 더 중요하다. 신도시와 같이 아직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지역이라도 좋은 자리는 분양이 된다. 반대로 상권이 좋아도 미분양된 상가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임차인이 확보된 상가를 분양받았으나 결국 장사가 안된다면 임대차계약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임대인은 월세 수입 없이 대출이자와 관리비를 부담하게 된다. 문제는 공실이 수년간 지속된다는 점이다. 고정적인 월수입을 기대했던 상가가 고정적인 월 지출로 바뀌는 것이다.

시행사와 임차인이 체결한 임대차계약도 중요하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있기에 첫 단추를 잘못 꿴 임대차계약은 변경할 수도 없다. 그래서 임대차계약을 그대로 승계하지 말고 세부 내용을 조율하여야 한다. 임대차 조건을 조율할 수 없거나 승계하여야 하는 계약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상가 분양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임차인과 분쟁이 발생하여 소송을 통해 내보낸 후에 새로운 임차인을 구할 수 없어 대출이자에 허덕이다 경매로 넘어가는 상가가 생각보다 많다. 미분양 상가, 왜 미분양이 됐는지 다시 생각해보고 임차인의 입장에서 상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분양 상가를 분양받는 것은 '미분양'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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