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순간, 시작되는 배회·(下)] '기피시설 → 환영시설' 갈등 해결 대안 눈길
화성 함백산, 주민과 수익금 나눠
'지역경제 활성화 계기' 인식 확산
포항서도 '설립 찬성' 서명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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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시설 인식과 반발 여론을 극복하고, 지역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화장장을 유치하여 지역발전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화성 함백산추모공원 내부 화장장 모니터에 화장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경인일보DB |
혐오시설로 여겨지는 화장장을 두고 때아닌 '유치경쟁'을 벌인 지역들이 있다. 주민에 부대시설 운영권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지역발전의 마중물을 놓는 사례들이 화장장 갈등의 활로를 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21년 문을 연 화성 함백산추모공원에서 화장장을 제외한 부대시설 운영은 모두 주민들의 몫이다. 화성시 숙곡1리 주민지원협의체가 설립한 법인 '함백산'은 이곳 장례식장, 식당, 매점, 카페 등을 운영하면서 연간 100억여 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수익금은 주민들로 구성된 함백산 주주가 우선 배당받고, 일부는 '주민복리증진비'라는 이름으로 마을잔치 등에 쓰인다.
숙곡1리가 부지로 선정된 직후 꾸려진 주민지원협의체는 인근 지자체 주민들의 반대에 대응하면서 국회와 국토부, 환경청 등을 찾아다니며 화장장 설립을 빠르게 추진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유익희 숙곡1리 주민지원협의체 사무국장은 "숙곡1리는 그린벨트로 묶여있어 개발이 불가능해 주민들 불만이 컸는데, 화장장으로 사람이 모이니 지역도 살고 주민들에게 수익금도 직접 돌아와 현재는 활력이 되고 있다"고 했다.
경북 포항시에서도 최근 관내 화장장 부지 공모에 7개 마을이 접수해 경쟁을 벌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최초 공모에서는 지원자가 없어 무산될 위기에 직면했지만, 시에서 40억원에 달하는 주민지원기금을 조건으로 내걸자 상황이 달라졌다.
최종 유치에 성공한 포항시 구룡포읍 눌태리는 유치를 위해 마을 이장 26명과 단체 40개, 지역민 2천여 명의 찬성 서명을 받아냈을 정도였다.
포항시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지원금액 규모를 공공연하게 다 공개해 적극적으로 홍보했다"며 "전체 화장장 면적 중 80%가 공원 부지로 계획됐는데, 여기에 생기는 부차적인 시설과 일자리 등을 피력한 것도 주민들에게 환영받은 이유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역 인센티브로 환영받는 화장장 사례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혐오시설 인식과 반발 여론을 극복할 대안들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개발에서 소외된 지역들은 화장장 유치를 지역경제 활성화의 계기로 삼는 인식도 점차 확산, 지난한 '화장 갈등'을 타개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장장 건립 필요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수요가 시너지를 내면 충분히 좋은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이창원 수도권화장시설협의회 의장은 "함백산은 화장장 설립이 어려운 인근 지자체가 부지와 비용 등을 나눠서 부담하고,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이익이 재분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좋은 본보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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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