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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넘은 최저임금, 누구도 만족 못했다

이상훈·조수현
이상훈·조수현 기자 joeloach@kyeongin.com
입력 2024-07-14 19:56 수정 2024-07-14 20:00

노동자 '인상폭 170원' 아쉬움
"물가 생각하면 내년 더 힘들 것"
사용자 "불황에 지불여력 한계"

 

내년 최저임금 '1만30원'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이 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 최종안의 표결을 거쳐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한 뒤 퇴장하고 있다. 2024.7.12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2일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 9천860원 대비 170원(1.7%) 인상된 1만30원으로 확정,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렸다.

이를 두고 최저시급 수준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낮은 인상폭에 아쉽다는 반응을,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들은 체감 부담이 크다는 우려를 각각 나타내며 여전히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부천시 한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권모(20)씨는 "올해 최저임금도 별로 오른 게 없고 내년 최저임금에도 큰 변화가 없어 (1만30원은)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주휴수당 없이 최저시급만 받고 있어 적어도 1만1천원 정도를 기대했는데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지 몇 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최저임금 인상 폭이 내 생활에 그만큼 중요한데, 주변 물가를 생각하면 (내년도 생활이)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한다"고 걱정했다.



화성시 한 학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유모(30)씨도 "대학생들이 최저임금을 받으며 1시간을 일하면 대학가에서 밥 한끼 먹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젊은 학생들을 알바로 쓰는 자영업자들이 힘든 본질적인 문제는 임대료나 프랜차이즈 가맹수수료 등과 맞닿아 있는데 만만한 최저임금을 또 누르는 게 안타깝다"고 한숨을 쉬었다.

반면 자영업자들은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다행스럽다면서도,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주는 체감적인 무게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수원시 권선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65)씨는 인건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 13시간씩 주 6일을 직접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정부 때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라 이미 인건비 지불 여력이 한계에 다다라 있다"며 "(내년도 인상 수준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천원과 만원이 주는 어감과 눈높이가 달라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생각은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편의점 업계는 오랜 불황인데, 업종 차등(구분) 적용이나 주휴수당 폐지 같은 것도 앞으로 꼭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정부시 자일동에서 부대찌개집을 운영하는 김모(60)씨도 "조금 올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의미로 보면 만원이라는 '둑'이 무너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시급이 오른 것 때문에 다른 비용이 동반 상승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상훈·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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