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 경계는?" 학대논란 재점화
'살인 고의성' 주요 쟁점으로 부각
대법 "계획·의도 없어도 살해 인정
위험 인식 족해" 적용땐 보다 중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이 가해자들에게 엄벌을 요구하는 피켓. /경인일보DB
대법원이 12살 의붓아들을 잔혹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40대 계모 A(44)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내면서 '살인의 고의성'이 파기환송심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7월15일자 6면 보도=대법 "아동학대살해사건 환송"… 계모 미필적 고의 가능성 쟁점)
■ "살인 고의성 없다"는 원심 뒤집은 대법원
A씨가 인천 남동구 자택 등지에서 의붓아들인 12살 B군에 대한 폭행을 시작한 건 지난 2022년 3월9일이다.
A씨는 아이가 숨진 이듬해 2월7일까지 플라스틱 옷걸이, 젓가락, 가위, 연필, 캠퍼스 등으로 200차례 넘게 폭행하며 학대했다.
매일 2시간씩 성경 필사를 시키거나 장시간 의자에 아이를 묶어놓기도 했다.
그 사이 아이는 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등 고통에 신음하다 끝내 세상을 떠났다.
온몸에 멍 자국이 난 채로 발견된 B군의 사망 당시 몸무게는 29.5㎏으로, 또래 평균보다 15㎏가량이나 적었다.
검찰은 계모의 범행 동기를 B군 양육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양육 중 발생한 유산 등이라고 봤다.
그러나 원심 재판부는 "양육 스트레스와 유산으로 인한 피해 아동에 대한 미움이 살해할 정도의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며 "연필 등으로 피해 아동의 신체를 찌르는 행위의 사망에 대한 영향력은 그리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피해 아동의 상태를 보고 죽을 수 있겠다고 확신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또 "피해 아동이 사망 이틀 전에도 편의점을 찾아가 음료수를 사먹었고, 사망 직전에도 피고인에게 대화를 걸었던 점 등을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사망이라는 결과를 예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A씨의 죄명을 아동학대살해가 아닌 아동학대치사로 형을 선고했다.
이를 두고 대법원은 지난 11일 "아동학대살해의 범의(犯意)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며 "자기 행위로 인해 아동에게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을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서 살해의 범의가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이날 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원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친부 C(41)씨는 상고가 기각되면서 형이 확정됐다.
초등학생 5학년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친부와 계모. /경인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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