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사노조 설문서 "변화 미미"
"교육활동 침해 심각 아냐" 0.8%뿐
교권보호 5법 시행 실효성 부족도
지난해 7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한 교사가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지 1년이 지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에서 '교권 강화' 목소리가 커졌지만 일선 교사들은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5일 인천교사노동조합은 故 서이초 교사의 순직 1주기를 맞아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진행한 '인천 교사 인식 변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인천교사노조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인천지역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 교사 등 1천828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현재 학생 또는 학생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어느 정도인가'를 묻는 질문에 교사 821명(44.9%)이 '매우 심각하다', 803명(43.9%)은 '심각하다'고 답했다.
'심각하지 않다'고 느낀 교사는 13명(0.7%), '전혀 심각하지 않다'는 교사는 2명(0.1%)에 불과했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장하고자 개정된 '교권 보호 5법'(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아동학대처벌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시행과 관련해선 변화를 체감한다는 교사보다 그렇지 못하다는 교사들의 응답이 훨씬 더 많았다. → 표 참조
아동학대처벌법에는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됐는데, 이를 체감하느냐는 질문에 교사 624명(34.1%)은 '그렇지 않다', 563명(30.8%)은 '매우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또 초중등교육법과 유아교육법은 '학교(유치원)의 민원 처리를 학교장(원장)이 책임진다'고 돼 있으나, 교사 512명(28.0%)이 '그렇지 않다', 518명(28.3%)이 '매우 그렇지 않다'고 했다.
교원지위법에 따르면 '가해자와 피해 교원의 즉시 분리'가 이뤄져야 하지만, 교사 480명(26.2%)은 '그렇지 않다', 501명(27.4%)은 '매우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인천교사노조는 응답자 중 477명(26.1%)은 서이초 사건 이후 교원단체에 가입했다고 답하는 등 교권 강화를 위해 직접 행동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인천교사노조 이주연 위원장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이 교권 보호 5법을 제대로 인식하고, 수업 방해와 악성민원 등 심각한 교권 침해 행위를 개선하려면 관련법이 학교 현장에서 실효성을 지니도록 뒷받침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