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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박물관에서 안양의 역사를 엿보다…‘안양각색(安養各色): 안양에 이르다’

박상일
박상일 기자 metro@kyeongin.com
입력 2024-07-20 20:31 수정 2024-07-21 12:51

안양박물관 개관 20주년 기념 특별전

조선시대~근현대 유물·자료 200여점

‘삼성기유첩’ 등 최초 공개 유물들 눈길

안양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 ‘안양각색(安養各色): 안양에 이르다’에 전시된 유물들. 2024.7.18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안양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 ‘안양각색(安養各色): 안양에 이르다’에 전시된 유물들. 2024.7.18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200년전 안양 일대의 풍경과 사찰의 모습은 어땠을까. 안양에서는 어떤 독립운동이 있었을까. 안양의 ‘번영기’로 불렸던 1970~1980년대에 어떤 공장들이 운영됐고, 근로자들의 생활은 어땠을까.

안양의 첫 공립박물관인 안양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안양의 역사와 정체성을 찾아 소중하게 축적해 온 성과물들도 그 시간만큼 쌓였다. 지난 18일 오후 3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문을 연 안양박물관 개관 20주년 기념 특별전 ‘안양각색(安養各色): 안양에 이르다’는 전시의 제목만큼이나 각양각색 안양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특별전에서는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200여점의 유물들과 다양한 영상들을 만날 수 있다. 박물관 2층에 올라 전시장에 들어서면 안양지역 곳곳에서 발굴된 유물들, 옛 생활용품들, 서화와 도자기, 서적과 지도 등을 만날 수 있다. 안양박물관은 이런 유물들을 찬찬히 꿰어 안양의 스토리로 엮었다.

이번 특별전에는 예고한 대로 ‘아주 귀중한’ 유물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안양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 ‘안양각색(安養各色): 안양에 이르다’에서 최초 일반에 공개된 ‘삼성기유첩’.  2024.7.18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안양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 ‘안양각색(安養各色): 안양에 이르다’에서 최초 일반에 공개된 ‘삼성기유첩’. 2024.7.18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안양시와 안양문화재단이 우여곡절 끝에 올해 신소장품으로 확보한 운초(雲樵) 박기준(朴基駿)의‘삼성기유첩(三聖記遊帖)’이다. 박기준은 임금의 어진을 그린 도화서 화원이었다. 그만큼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진 화가인데, 지금부터 약 200년 전인 순조 28년(1828년)에 문인들과 함께 관악산과 삼성산을 유람하며 그림을 그리고 시문을 써 서화첩으로 남긴 것이 ‘삼성기유첩’이다.

이 서화첩에는 삼성산을 중심으로 남자하(현재 안양박물관이 포함된 안양예술공원 일대). 염불암, 삼막사, 망해루, 불성사 등 지금도 남아있는 안양의 사찰과 주변의 풍경이 담겨있다. 단순히 200년 전 안양의 풍경을 담은 그림이 아니라, 학술적으로도 매우 희귀하고 소중한 자료다. 우선, 현존하는 유물 중 관악산을 담은 서화첩으로는 첫 사례로 꼽힌다. 아울러 통일신라시대에 세워진 중초사지 당간지주와 문헌상으로만 전해지고 있는 안양사지 석탑 2기의 모습이 또렷이 그려져 있어, 이들의 존재와 배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안양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 ‘안양각색(安養各色): 안양에 이르다’에서 상영되고 있는 삼성기유첩 관련 영상. 2024.7.18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안양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 ‘안양각색(安養各色): 안양에 이르다’에서 상영되고 있는 삼성기유첩 관련 영상. 2024.7.18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이렇게 소중한 삼성기유첩은 자칫 안양의 품에 들어오지 못할 뻔 했다. 삼성기유첩은 지난 2월 칸옥션 고미술 경매에 출품되면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다행이 안양박물관이 경매에 나온 삼성기유첩을 발견했고, 전문가로 구성된 유물평가위원회를 통해 유물의 가치를 확인했다. 하지만 당장 경매에 나온 유물을 예산도 없이 구입할 방법이 없어 난관에 봉착했고, 이례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구입비용을 주겠다는 약속’으로 확보에 성공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안양박물관은 이런 삼성기유첩의 진면목을 더 실감나게 전달해 주기 위해 삼성기유첩이 전시된 바로 옆 멀티미디어실에서 특별히 제작한 영상도 상영하고 있다. 영상에서 삼성기유첩의 풍경에서 현재의 풍경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안양박물관과 국내 다른 국공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미공개 유물들도 소개됐다. 특히 안양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사계산수도’, 국립한글박물관이 처음으로 공개한 ‘영화 강화도령 홍보지’, 국가기록원 소장 ‘한흥이 판결문’ 등이 눈길을 모은다.

안양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 ‘안양각색(安養各色): 안양에 이르다’에서 첫선을 보인 지운영의 ‘사계산수도’. 2024.7.18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안양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 ‘안양각색(安養各色): 안양에 이르다’에서 첫선을 보인 지운영의 ‘사계산수도’. 2024.7.18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사계산수도’는 서화가이며 한국인 최초로 고종의 사진을 촬영한 사진가인 지운영(池雲英, 1852~1935)의 작품인데,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안양 삼막사에 은둔하며 시와 그림을 그렸던 그가 말년에 남긴 작품으로 판단된다. 점을 겹쳐서 풍경을 그리는 미법산수(米法山水)라는 지윤영의 독특한 화풍을 확인할 수 있는 그림이기도 하다.

아울러 1970~1980년대 안양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공장과 근로자들의 모습, 안양근로자회관에서 영화를 틀어주던 영사기, 1973년 안양시 도시기본계획도 등 현대사 자료들도 관람하는 재미를 더한다.

안양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 ‘안양각색(安養各色): 안양에 이르다’에 전시된 안양근로자회관 영사기. 영사기 옆으로는  국립한글박물관이 처음으로 공개한 ‘영화 강화도령 홍보지’가 전시돼 있다. 2024.7.18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안양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 ‘안양각색(安養各色): 안양에 이르다’에 전시된 안양근로자회관 영사기. 영사기 옆으로는 국립한글박물관이 처음으로 공개한 ‘영화 강화도령 홍보지’가 전시돼 있다. 2024.7.18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안양박물관은 이번 특별전과 함께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어린이를 위한 ‘2024 박물관 속 안양여행’을 운영하며, 소장유물을 활용한 컬러링과 주름부채 만들기 등 체험활동도 운영한다.

특별전은 오는 12월 31일까지 안양박물관 2층 상설전시실에서 계속된다. 단, 매주 월요일과 추석 당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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