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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깊은 곳 전기차충전소 '깊은 불안감'

한규준
한규준 기자 kkyu@kyeongin.com
입력 2024-07-23 20:20 수정 2024-07-23 21:12

'지상과 가까운 층 설치' 가이드라인 유명무실

오피스텔 등 지하 2층 아래 많아
강제성 없고… 주차편의만 우선시
화재시 위험성 더 커져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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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용인시 기흥구의 한 주상복합 건물 지하 3층에 있는 전기자동차 충전시설. 2024.7.23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전기자동차의 주차·충전 도중 발생한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도구가 턱없이 부족(7월23일자 9면 보도=전기차 충전소에서 소방장비 본 적 있습니까)해 안전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충전시설의 경우 화재 시 진압이 어렵고 피해 확산 우려도 높아 큰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소방청 가이드라인에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층 또는 지상과 가까운 지하층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으나 강제성이 없어 상당수 시설이 지하주차장에 설치, 안전불감증을 키우고 있다.

23일 소방청 '성능위주설계 평가 운영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시설의 설치 위치로 지상을 권고하며, 지하에 설치할 경우 지상과 가까운 층에 두고 일정 기준을 갖춰야 한다. 화재 시 소방차량을 비롯한 소방 인력의 원활한 투입과 연기 배출 등을 위해서다. 화재보험협회의 '전기차 충전시설 안전기준'에도 충전설비는 지하에 설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부득이한 경우 지하 2층 이내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가이드라인에 강제성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점이다. 실제 경기도 내 상당수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충전시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날 오전 성남시 중원구의 한 오피스텔에는 총 6대의 충전기가 마련돼 있었는데, 이 중 절반은 지하 4층에 설치돼 있었다. 분당구 한 빌딩의 경우 지하 5층에 충전기 4대가 갖춰져 있었다.

건물내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기5
사진은 건물내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2024.7.23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용인시 기흥구의 한 주상복합 건물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상가 입주자와 손님들이 사용하는 충전기 3대는 지하 3층에, 아파트 주민이 사용하는 충전기 4대는 지하 4층에 있었다.

한 오피스텔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시설 의무 규정 때문에 지하주차장에 설치하긴 했지만, 어쨌든 일반 주차면 3개가 사라지는 거라 잘 안 보이는 구석이나 깊숙한 지하층에 설치하게 된 것으로 안다"며 "최근 충전 중 화재 위험 때문에 입주자에게는 지상 충전기 사용을 권하고 있다"고 했다.

소방청 가이드라인이 있음에도 권고에 그치다 보니 안전은 뒷전인 채 주차 편의성만 고려, 지하 깊숙한 위치에 충전시설이 설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화재 발생 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하주차장에서의 전기차 화재 시 원활한 화재 진압 등을 위해 관계 부처와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며 "행정안전부와 함께 충전시설 안전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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