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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 초고령사회와 기초단체의 역할

입력 2024-07-29 20:25

지역내 65세 이상, 3년 사이 1만여명 늘어
일자리 외 노인관련 대대적 정책변화 시급
치매 전담실 갖춘 '구립요양원' 건립 추진
선제적 시설환경 사업에 정부 지원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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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인천시 연수구청장
초고령사회 진입이 임박했다는 암울한 통계청 지표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이달 1천만명을 넘어섰고 70살 이상 취업자도 올해 상반기만 15만명이나 늘었다는 소식이다. 국민 5명 중 1명(20%)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당초 2025년 상반기보다 수개월 앞당겨질거라는 예측도 나왔다. 우리 연수구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초 지역 내 65세 이상 고령층이 4만8천여 명으로 3년 사이 1만여 명이나 늘었다. 나홀로 가정생활을 하는 지역 홀몸노인 가구도 3년 동안 3천여 명이나 증가하며 올해 초 1만 세대를 훌쩍 넘어섰다.

어르신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더 막막하다. 고금리와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최근 점심시간에 식당 대신 편의점을 찾는 70대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다. 굳이 OECD 회원국 중 최악 수준의 대한민국 노인빈곤율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모두 가파른 상승 지표들이다. 올해부터 은퇴가 시작된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등 가속화하는 초고령 사회에 대비해 이제 기초단체가 일자리뿐 아니라 의료, 복지 등 노인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정책 변화가 시급한 이유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 노인의 사회·경제적 구성도 바뀌고 새로운 문제들도 등장하기 마련이다.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에서 보이지 않는 작은 차별까지도 꼼꼼히 들여다봐야할 때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선 지 오래다. 법정 정년 연장 등을 포함해 올 하반기 중장년 전직 및 재취업 활성화 방안 등을 내놓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 정책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지방분권시대 최전선이자 가장 빨리 피부로 느끼는 곳이 기초단체이기 때문이다. 노인 일자리에서 치매, 요양대책 등 현장의 환경부터 실질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연수구는 주민 20.1%가 60세 이상으로 노인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지역이다. 어르신들이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자리와 사회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만 1천100명의 노인일자리를 창출해 6천103명의 어르신이 경제활동을 하게 되고 스쿨존안전지킴이, 치매돌봄매니저, 꿈꾸는 실버카페 등 700여 명의 연계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더 안전한 자립기반 확충을 위해 청·중장년 시기에 쌓은 직무 분야를 고령층이 돼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우리 구는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보건 인프라 구축과 함께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치매 친화적 환경조성에 집중하고 있다. 전국 첫 치매안심센터 운영에 이어 전국 최초로 치매걱정 제로도시 조례를 제정했고 4개 관련분야 33개 세부사업들을 추진 중이다. 치매 고위험군에 대한 사전 집중관리와 구민 주도의 지역 협력을 바탕으로 치매 걱정 없는 선제적 거점도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공기관 주도의 장기요양 돌봄 서비스 실현을 위해 지역 어르신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치매 전담실을 갖춘 구립 노인요양원 건립도 추진한다.

잘 들여다 보면 우리 사회에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노인 차별도 곳곳에 숨어 있다. 작은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들이다. 이제는 유치원부터 평생교육원까지 시대적 공존을 위한 세대별 맞춤 교육도 필요하다. 젊은 부부들을 위한 보육걱정 없는 교육환경에서 장년층을 위한 노인 준비 교육까지 균형잡힌 교육 인프라도 빠르게 정착시켜야 한다.

가장 먼저 피부로 느끼는 풀뿌리 기초단체 입장에선 낮은 출산율도 문제지만 고령사회를 향한 정책적 변화는 더 미루어서는 안 되는 시급한 과제다. 법률·제도·예산 같은 구조적 개혁과 적극적인 예산 지원이 먼저다. 연수구는 처음으로 자연친화적인 공간에 새로운 개념의 구립 요양원을 준비 중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지자체마다 선제적 시설환경을 갖추는 사업에 정부가 더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누구나 세월 앞엔 장사가 없다. 이제 뻔히 보이는 고령화 시대의 암담한 현실을 그냥 보고만 둘 순 없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다시 한 번 필요한 때다.

/이재호 인천시 연수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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