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돌파 기업현장 시름 커져
업종·국적 따라 차등 적용 화두
노동계 "내국인 처우까지 열악"
인천 남동구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인쇄회로기판 제조 공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기판을 부식시켜 가공하는 '에칭' 작업을 하고 있다. /경인일보DB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돌파하면서 인천 중소 제조업계의 인건비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 서구 한 금속가공업체는 8월 예정된 '외국인 근로자 신규 고용허가' 신청을 앞두고 고심이 커졌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결정되면서 외국 인력을 새로 뽑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인력의 높은 인건비를 부담하기 어려워 외국인 고용을 늘렸는데, 이들에게 지급하는 월급도 이제는 저임금이라고 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이 업체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매년 오르는 것도 부담이 크지만, 외국인들은 국내에서 1년 이상 일하면 최저임금 인상분보다 더 높은 비율로 월급을 올려달라고 요구한다"며 "일하던 사람을 내보내고 새로운 사람을 뽑는 식으로 인건비를 유지해 왔으나, 최저임금 상승으로 그렇게 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천지역 기업이 느끼는 인건비 부담도 7월 들어 커졌다.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최근 발표한 '7월 인천지역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보면 인천 제조업체의 16.2%가 '인건비 상승'을 경영상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내수 부진'(27.4%)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응답을 차지한 것이다. 지난 5월 조사에서는 인건비 상승을 주된 애로사항으로 꼽은 기업이 9.7%에 그쳤는데, 두 달 사이 6%p 넘게 높아졌다.
업종과 국적 등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올해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제조업뿐 아니라 가사노동과 돌봄노동 등 국내에서 외국 인력 수요가 늘어나는 분야에 대해 최저임금을 내국인보다 낮게 설정해야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게 경영계 입장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2일 임금 지급 여력이 부족한 소기업과 소상공인 분야 10개 업종에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두고 투표로 실시했는데, 찬성(11표)보다 반대(15표)가 많아 부결됐다. 다만,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진 만큼 중소기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 도입을 계속 요구할 전망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업종에 따라 노동생산성에 차이가 있는데 이를 사업주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차등 적용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 제도가 도입되면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 종사자에 대한 처우도 더욱 열악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연계해 근로장려세제(사회보험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 근로자에게 생계비 등을 보조하는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동익 민주노총 인천본부 조직국장은 "최저임금을 얼마나 올릴지에 초점을 맞춘 소모적 논쟁이 매년 반복되는 점이 문제"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사업장이 짊어진 부담을 덜 수 있는 근로장려세제 등 보완책을 정부가 마련하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주요 의제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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