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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섬마을 K드론

강희
강희 hikang@kyeongin.com
입력 2024-08-01 20:02 수정 2024-08-0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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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 시대 드론(Drone)의 진격은 경이롭다. 비행하면서 변형하는 트랜스포머 드론, 나방의 더듬이를 접목한 냄새 맡는 드론, 우주기지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정찰 드론, 2천㎞ 밖에서도 조종 가능한 드론까지. AI(인공지능)·블록체인 등 첨단기능을 장착하고 '하늘을 나는 강자'로 한계 없이 진화 중이다.

드론은 올림픽 무대에도 등장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1천218대의 드론이 밤하늘에 오륜기를 수놓아 진보된 기술과 예술의 합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팬데믹으로 개최가 1년 미뤄졌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드론 1천824대가 엠블럼과 지구를 형상화하며 개막을 알렸다.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드론이 스파이로 돌변했다. 캐나다 여자축구대표팀이 지난 22일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뉴질랜드팀 훈련장에 염탐용 드론을 띄운 사실이 발각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승점을 삭감하고 감독·코치·전력분석원에게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캐나다는 부당한 징계라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했다가 패소해 "올림픽 정신보다 메달이냐"는 비난을 자초했다. 캐나다팀은 뉴질랜드는 물론 프랑스·콜롬비아를 차례로 격파했다. 승점 6점이나 깎이고도 8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개운치 않다. 2020 도쿄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의 명성에도 지워지지 않을 흠집이 남았다.

때론 자폭 무기가 되어 전쟁터에 출몰하고, 작전 염탐용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착한 드론도 있다. K드론이 이달부터 전국 32개 섬지역, 17개 공원지역, 1개 항만에서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은 반갑다. 성남·양주·포천 등에 이어 9월부터 인천 섬마을 하늘을 누빈다. 덕적도·문갑도·대이작도·자월도에 이어 11월 이후에는 굴업도·영흥도로 영역을 확장한다. 소야도 선착장 인근에서 출발하는 K드론은 3㎏ 이하의 음식·생필품 등을 실어 나른다. 섬 지역은 병원과 약국이 부족한 의료 사각지대다. 응급환자에게 자동심장충격기(AED)·구급약품 등을 신속하게 보낸다는 국토부의 구상이 실현되면 주민들의 걱정을 한시름 덜 수 있다.



드론은 1900년대 초 전서구(傳書鳩)에 카메라를 달아 항공사진을 찍은 것에서 착안됐다. 드론의 조상 격인 비둘기처럼 평화롭고 이로운 쓰임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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