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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전국기능경기대회 앞둔 '인평자동차고등학교' 학생들

유진주
유진주 기자 yoopearl@kyeongin.com
입력 2024-08-01 20:53 수정 2024-08-01 21:04

2024 하계올림픽 파리 못잖은 열정

기능인올림픽 金 향한 불꽃튀는 '담금질'


입상선수 대기업 스카우트 많아
정비·페인팅·판금 등 연습 몰두
"메달따면 취업 수월 대회 집중"
학령인구 감소 '참가 10년새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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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인평자동차고등학교에서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제59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하는 한 선수가 CO2를 이용한 MIG 용접으로 철판을 붙이고 있다. 2024.8.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기능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대기업에 들어가겠습니다."

1일 오전 11시께 찾은 인천 부평구 인평자동차고등학교. 실습실이 있는 급식동과 신관 건물 각 층에는 '안전제일' 마크가 붙은 남색 작업복의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급식동 4층 자동차 빌드업 튜닝실에 들어서니 정비소나 공장에서 들릴 법한 기계소리가 가득했다.

불꽃이 튀는 기계를 사용해 철판을 자르고, 용접하며 무언가를 만드는 학생들의 얼굴과 손끝에는 검은 기름이 묻어있었다. 이들은 작업 공간 한쪽에 스톱워치를 두고 시간 안에 설계도면대로 제품을 완성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



이들은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경북에서 열리는 '제59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하는 학생 선수다. 전국기능경기대회는 기계, 전기·전자 등 7개 분과 50개 직종에서 국내 최고의 숙련 기술인을 뽑는 대회다. 대회 입상 선수들은 대기업에 스카우트되는 경우가 많아 '취업 등용문'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날 학교에서 만난 선수들은 자동차 정비, 자동차 페인팅, 판금·철골 구조물 등 직종별로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주어진 과제를 완수하는 연습에 몰두했다.

인평자동차고 3학년 전진우(18)군은 "메달을 따면 좋은 기업에 취업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기능경기대회 준비를 시작했다"며 "특성화고에서 취업을 하면 국가에서 지원도 많이 해주고, 취업 이후 야간으로 4년제 대학교도 다닐 수 있기 때문에 대학 진학보다는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국기능경기대회 준비하는 인평자동차고등학교 선수
1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인평자동차고등학교에서 전국기능대회 출전을 준비하는 한 선수가 산소절단기로 철판을 자르고 있다. 2024.08.0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현장에서는 전국기능경기대회 출신으로 HD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기능인 선배'의 재능기부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준섭(25)씨는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며 배운 기술들은 현장에서, 어느 회사에서든지 정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서도 "기능경기대회의 위상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게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인천지사에 따르면 인천지역 기능경기대회 참가 인원이 최근 10여 년 사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전국기능경기대회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한 지방기능경기대회의 경우 2013년 42개 직종 534명이 참가했는데 2023년에는 251명(36개 직종), 2024년엔 211명(34개 직종)으로 감소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더불어 과거와 달리 기능경기대회에서 입상하더라도 대기업 취업을 보장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철희 인평자동차고 에코자동차과 부장은 "과거엔 기능경기대회에서 입상하면 대기업 특채로 입사하는 등 혜택이 많았지만, 최근엔 대기업들이 그런 제도를 없애는 추세"라며 "전국기능대회 출전을 준비하려면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도 매일 밤 9시까지 남으며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보니 인천 일부 학교는 기능경기대회 준비반을 아예 없앴다"고 했다.

인천시와 한국산업인력공단 인천지사는 기능경기대회 출전을 유도하고, 지역의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HD현대인프라코어와 취업 연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전국기능경기대회 준비 선수들에게 1인당 100만원 이내 재료비를 후원하고, 대회에서 입상할 경우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입상한 3명이 HD현대인프라코어에 취업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인천지사 관계자는 "전국기능경기대회 출전을 독려하고 인천에서 우수 숙련 기술인을 키우자는 취지로 업무협약을 맺은 것"이라며 "업무협약 기업을 확대해 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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