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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서 뜻깊은 방학 보내는 고려인 청년들… 재외동포청 '한국문화 프로그램'

백효은
백효은 기자 100@kyeongin.com
입력 2024-08-01 20:05 수정 2024-08-01 20:13

32명 초청 다양한 교육체험 준비
경인교대서 역사·태권도 등 수업
"정착 돕는 직업교육도 해줬으면"


한국문화 이해프로그램 참여한 고려인 청년들
경인교대 경기캠퍼스 체육관에서 '한국문화 이해프로그램'에 참여한 고려인 청년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2024.8.1 /백효은기자100@kyeongin.com

"내 뿌리가 시작된 한국에서 뜻깊은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경인교육대학교 경기캠퍼스 음악관 102호에 모인 '고려인' 청년 10여 명이 해금으로 민요 '아리랑'을 연주하고 있었다.

지난달 31일 만난 이 청년들은 재외동포청 지원을 받아 경인교대가 주관하는 '한국문화 이해 과정'에 참여하고자 지난달 22일 고국을 찾았다. 재외동포청은 올해 고려인 이주 160주년을 맞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지에 사는 17~24세 고려인 청년 32명을 초청했다. 이들은 오는 23일까지 한국어를 배우고 각종 한국문화를 체험한다.



고려인은 1860년대부터 일제강점기 무렵까지 농업 이민, 항일 독립운동, 강제동원 등의 이유로 러시아 등지로 이주한 이들과 후손을 일컫는다. 농민 13가구가 1863년 러시아 연해주 지역으로 이주한 것이 최초의 고려인 이주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를 기준으로 올해는 '고려인 이주 160주년'이 됐다.

 

한국문화 이해프로그램 참여한 고려인 청년들
경인교대 경기캠퍼스 체육관에서 '한국문화 이해프로그램'에 참여한 고려인 청년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2024.7.31/백효은기자100@kyeongin.com

해금 연주를 마친 고려인 4세 쉔 율리아(21·키르기스스탄)씨는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넌 어디서 왔니?'(Where are you from?)라는 질문을 받으면 '한국에서 왔다'(I'm from Korea)고 대답한다"며 "우리 증조할아버지 세대가 어떻게 한국을 떠나게 됐는지 역사를 배우는 뜻깊은 시간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날 고려인 청년들은 해금 연주에 이어 캠퍼스 체육관에서 태권도 수업을 받았다. 흰색 도복을 차려입은 청년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정권 지르기, 발차기 등을 배웠다. 태권도 수업을 맡은 백준형 경인교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태권도 등 우리 전통 무술에 깃든 우리 민족성에 대해 수업했는데 고려인 학생들의 관심이 컸다"고 했다.

앞서 고려인 청년들은 인천에 있는 재외동포청, 이민사박물관 등을 견학하기도 했다.

박 바딤(17·우즈베키스탄)군은 "현재는 다른 국가에서 살고 있지만 고려인의 뿌리가 한국임을 잊지 않고 한국에 애정을 가져왔다"며 "재외동포청 견학 때 들었던 강연에서 고려인들이 한국에 올 때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 살고 있더라도 재외동포청이 도움을 줄 것이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한국 정착을 희망하는 고려인 청년이 많다고 한다. 김 로만(23·키르기스스탄)씨는 "고려인들이 한국에서 원활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재외동포청이 한국어 교육뿐 아니라 직업교육 등에도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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