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한 기온별 노동 가이드라인
산재 위험시 행사되는 '작업중지권'
기후 기준 미포함… 권고 안지켜져
국회 다수발의 "근로자 보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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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오후 경기도내 한 공사 현장에서 건설 노동자들이 간이 그늘막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4.7.3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
노동자가 산재 발생의 위험이 있을 때 작업을 중지하고 작업 장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업중지권도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기후 여건에 대한 별도 조항은 없다. 기후변화로 살인적 폭염이 연일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이나 물류유통업 등 폭염 취약 업종 노동자의 휴식 권리가 노동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4일 정부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체감온도에 따라 적절한 휴식 시간을 주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이는 권고 사항일 뿐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올 여름 폭염 대비 근로자 건강 보호 대책을 발표하면서 체감온도 33도를 넘어가면 매시간 10분씩 휴식, 35도를 넘으면 15분씩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 같은 권고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수원시 광교융합타운 건설현장에서 만난 건설노동자 이모씨는 "기온에 따라 휴식 시간이 정해진 것은 없고, 몸이 힘들면 요령껏 쉬고 있다"며 "폭염에 덥다고 계속 쉴 수만은 없다"고 토로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서 내려온 권고 사항을 100% 다 지킬 수는 없지만 노력하고 있다"며 "폭염 경보가 내려지면 관리자에게 전파하고 작게라도 휴식공간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규정돼 있는 '작업중지권'에 폭염 같은 기후 환경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폭염·한파 등에 취약한 노동자들의 작업에 대한 정부·지자체의 중지 명령권이나 사업주의 작업 중지 대피 의무 등을 담은 법안들이 다수 발의됐지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다만 22대 국회 들어서 다시 관련 법안이 다수의원을 통해 발의되고 있다.
이동영 국회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 입법조사관은 최근 관련 개정안의 입법영향분석을 통해 "별도로 정한 폭염 기준에 따라 정부의 작업 중지 명령이 이뤄져 온열질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폭염 등 기후 여건 발생 시 작업을 일시 중지시키면 노동생산성의 저하를 억제해 산업재해 감소 효과도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업과 경제단체들은 "획일적인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지면 산업현장에 막대한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