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종합시장 노점판매 여전
"구청서 쓰라고 하니 써줘…"
업자들, 전·폐업 생각 없는듯
정부, 내달초까지 지원안 발표5일 오전 10시30분께 찾은 인천 부평종합시장. '농장 직영 개고기 전문' '개고기 판매' 등이 적힌 간판과 함께 4㎡ 남짓한 공간에서 개고기를 판매하는 노점들이 눈에 띄었다. 쇼케이스 냉장고에는 도축된 육고기가 놓여 있었다. 한 상인은 "배달을 가야 한다"며 고기를 비닐봉지로 겹겹이 싸며 포장했다.
이들은 지난 2월 공포된 '개 식용 종식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27년 2월6일까지 전업 또는 폐업을 해야 한다. 정부는 개 식용 종식법 공포일로부터 6개월(8월5일까지) 이내에 이들에게 폐업·전업에 대한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응하지 않은 업장은 전업·폐업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고, 영업장 폐쇄 조치 등의 처분을 받는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이행계획서에 대해 잘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구청 직원이 쓰라고 하는 대로 썼다"고 입을 모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행계획서에 개 식용 관련 시설물 철거 기간 등 폐업과 전업에 필요한 조치 계획을 상세히 명시하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한 상인이 보여준 이행계획서에는 '개고기 판매 중단 예정일'과 '폐업 예정 기간'만 적혀 있을 뿐 구체적인 전·폐업 방안은 없었다.
27년째 부평종합시장에서 개고기 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62)씨는 "구청 직원이 이행계획서를 써야 한다고 해서 썼고 구체적으로 적은 건 없다"며 "지금껏 생계를 위해 이것만 해온 상태라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전업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대를 이어 인천 동구에서 70여년째 보신탕집을 운영하고 있는 장모(62)씨 역시 "구청에서 이행계획서를 받으러 와서 제출하긴 했는데 크게 중요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보상안이나 지원 방안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전업 계획을 어떻게 세우겠느냐"고 했다.
농식품부는 개 식용 업계 종사자들의 전·폐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구체적 지원 방안은 발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대한육견협회는 최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폐업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지원 없이 그냥 죽으라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권리 보장은 제시하지 않은 채 이행계획서 제출 의무만 강요당해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폐업 지원 근거가 되는 시행령이 7일 시행된다. 시행령 공포 이후 6개월 안에는 이행계획서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며 "예산 규모가 정해져야 그에 맞춰 지원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내년도 예산안이 편성되는 9월 초까지 협의해 전·폐업 지원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