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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수출기업, 서둘러 피고 빠르게 진다

한달수
한달수 기자 dal@kyeongin.com
입력 2024-08-05 21:01

'2023 무역활동보고서' 신규업체 전국 최대
업종·규모 한계… 5년 이상 존속률 22%뿐
소비재 편중·1년 이상 지속도 63.9% 불과
울산 1곳 수출액 4626만弗-인천 218만弗


인천지역 수출기업이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사업을 5년 이상 지속하는 기업은 4곳 중 1곳이 채 되지 않는 등 양적 증가에 비해 내실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와 생활용품 등 소비재를 판매하는 영세 기업들이 판로 모색을 위해 대거 수출에 뛰어들고 있는데, 환율과 물류 등 외부 변수를 감당할 만한 역량은 크게 떨어져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5일 관세청 '2023년 기업무역활동통계 보고서'를 보면 인천지역 수출기업은 지난해 2만1천581개로, 2022년(1만9천972개)보다 8.1%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며 전국 평균 증가율(4.8%)보다 높은 수치다. 2만1천581개 기업 중 지난해 처음으로 수출을 시작한 기업은 8천809개로 집계됐는데, 신규 수출기업이 차지하는 비율(40.8%) 역시 전국에서 가장 높다.



그러나 일정 기간 이상 사업을 지속한 비율을 의미하는 '존속률'은 급격히 하락했다. 인천 수출기업의 1년 존속률은 63.9%로 제주(59.2%)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고, 5년 이상 수출을 지속한 기업의 비율은 22.0%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수출길을 개척하고 5년 이내에 문을 닫는 기업이 4곳 중 3곳꼴인 셈이다.

인천 수출기업의 수명이 짧은 이유는 업종과 규모의 한계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억 달러 이상의 수출액을 올린 국내 수출기업의 존속률은 평균 61%인 반면, 10만 달러 미만 기업의 존속률은 11%에 머물렀다. 수출 규모가 큰 중공업이 발달하거나 대기업이 위치한 지역에서는 수출이나 물류 기업들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인천의 경우 상대적으로 영세하고 수출액 규모가 작은 소비재 분야 수출기업이 많이 몰려 있다는 분석이다.

인천처럼 항만을 지닌 광역시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중공업 도시인 울산의 경우 지난해 수출기업 1곳당 평균 수출액이 4천626만 달러에 달했고, 부산의 1곳당 평균 수출액도 241만 달러로 집계돼 인천(218만 달러)을 앞질렀다.

항만이 없는 대구(250만 달러)와 대전(243만 달러)의 수출기업 평균 수출액도 인천보다 높았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지난해부터 중국 저가 플랫폼의 국내 수요 증가에 따라 의류와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는 영세 기업이 물류 접근성이 좋은 인천에 자리를 잡은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무역협회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인천은 소규모 제조업이나 의류, 생활용품 등 소비재를 취급하는 수출기업이 다른 항만도시보다 많은 편"이라며 "환율 변동이나 물류 차질 등 예상치 못한 외부 요인이 발생했을 때 버티지 못하고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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