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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식약처의 학교급식 기부 제동 '나눔 복지' 차질

입력 2024-08-12 20:13

7일 오후 안산시 상록구 안산푸드뱅크에서 직원들이 관내 취약계층에 전달할 기부물품을 옮기고 있다. 2024.8.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7일 오후 안산시 상록구 안산푸드뱅크에서 직원들이 관내 취약계층에 전달할 기부물품을 옮기고 있다. 2024.8.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경기도내 학교 급식 기부문화 활성화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찬물을 끼얹었다. 식약처가 배식대에 오르지도 않은 급식에 대해 교차오염 등 위생상의 이유를 들어 기부를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도는 지난 5월 급식 기부를 중단하라는 내용을 각 시·군 푸드뱅크에 전달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취약계층 어르신들의 도시락 지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당장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부터는 급식 기부사업 자체가 아예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푸드뱅크는 학교·기업 등에서 식자재를 기부받아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게 나눠주는 단체로,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위탁받아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푸드뱅크는 1998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노숙인과 결식아동의 식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식을 기부받아 시행 중이었는데, 애초에 학교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교육청 학교 급식의 잔식 기부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이 통과돼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후 학교 급식 기부사업은 푸드뱅크와 사회복지시설 등이 주축이 돼 독거노인·노숙인 등 취약계층에 도시락을 나눠주거나 급식소에서 공급해왔다. 지난해 도내 전체 2천247개교 중 176개교(7.8%)가 우선 참여했고, 학교·복지관 통합 관리로 전환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경기지역에 이어 서울시와 세종시에서도 올해 6월 같은 내용의 조례를 제정했다.

학교급식 기부가 확산되는 분위기에서 식약처가 음식 변질의 위험성부터 운운하는 것은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배식대에 제공되지 않은 음식을 기부하는 건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조리공간 외부로 반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다"는 식약처 측의 설명은 앞뒤가 안 맞는다. 식중독 등 국민의 건강권 침해가 우려된다면 무작정 중단하기에 앞서 푸드뱅크의 위생적인 수거와 포장·배송 과정의 안전관리를 지원하면 될 일이다.

급식 기부는 단순한 기부가 아니다. 정상적인 음식을 도시락으로 정성껏 포장하고 나누는 행위 자체가 상생을 가르치는 교육과정이다. 복지 확대·환경 보호·비용 절감이라는 '일석삼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차단부터 하는 식약처의 보신행정에 소중한 나눔복지 인프라 푸드트럭이 멈춰서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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