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T정책, 교육생태계
황폐화 시킬 위험천만한 시도
교사·학부모 비판 겸허히 수용
전면 실시 유보 문제점 점검 필요
기술공학, 교육의 본질 대체 안돼 |
성기선 가톨릭대학교 교수 |
AIDT.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교육부는 이 사업을 위해 지금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 7월 교육부 장관은 국회에서 이렇게 답한 바 있다. "교사들의 연합체인 에듀케이션 인터내셔널(EI, 국제교육연맹)에서도 (국가교육과정에 따른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해) 효과가 있다는 그런 지지들도 많이 있습니다." 전세계 178개국 383개의 교원단체 3천200만명의 교사들을 대표하는 세계 최대 교원조직인 국제교육연맹에서 과연 이런 지지를 한 바 있는가 확인해 보자.
국제교육연맹의 마틴 헨리(Martin Henry) 연구총괄에게 우리나라 교육부 장관이 발언했던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이 분은 "국제교육연맹의 입장은 이 장관의 이야기와 정반대(reverse)"라고 잘라 말했다. 웨인 홈즈(Wayne Holmes) 교수와 함께 AI와 관련된 'AI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Unintended Consequences of 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출간한 적이 있다. AI가 효과적이라고 입증할만한 아무런 증거(evidence)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AI교과서 사업은 AI와 관련된 OECD 가이드라인, UNESCO 가이드라인도 모두 어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I와 기술의 해악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AI교과서에 대한 우려점'에 대해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사교육업체 등에) 상업적으로 모아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정책 추진에 교사의 의견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우려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많은 곳에서 공적 교육 자금이 민간업자들에게 흘러들어가고 있는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고 한국 상황을 걱정했다고 한다. 또 국제교육연맹은 지난 7월 총회에서 AI 결의문을 채택했는데, AI가 공교육에 무차별적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담고 있다.
국제교육연맹의 결의문은 AIDT 문제로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상황에 매우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의 만남과 관계 및 상호작용이 그 핵심이다. 기술공학적 발전을 교육현장에 도입하는 것이야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의 본질을 보조하고 촉진하기 위한 방법론에 그쳐야 하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1970년대에 학교에 도입되었던 캐롤(Carroll)의 완전학습(mastery learning)이론을 경험한 바 있다. 개별 학습자들이 자기 스스로 문제를 풀고 수준에 따라 진도를 나가도록 하면 모두가 완전한 학습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이론을 적용한 방식이었다. 문제집과 참고서가 이 방식으로 나온 적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나버렸다. 처음에는 신기함에 학습효과가 반짝 나타나지만 금방 시들해지게 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사실 2015년도부터 디지털교과서가 일부 제작되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도입된 적이 있다. 그러나 예산만 낭비하고 현장에서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전형적인 실패 정책 중의 하나가 되었다. 만약 새로운 기술공학이 필요하다면 다양한 실험과 시범연구를 통해서 문제를 점검하고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교사들과 함께 고민할 시간을 갖고 점진적인 적용을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부는 그렇지 못하다. 교사들의 동의를 받은 적도 없고, 전문적으로 AIDT의 다양한 효과성에 대한 점검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MB정부에서 강행했던 4대강 사업을 연상하게 하는 AIDT정책은 교육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황폐화 시킬 위험천만한 시도이다. 지금이라도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여 전면 실시를 유보하고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금껏 어떤 기술공학적 발전도 교육의 본질을 대체한 적이 없으며 또한 대체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국제교육연맹의 연구결과를 호도하였던 장관은 아직 자신의 잘못을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성기선 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