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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
유난히 극한호우가 잦았던 올 장마가 끝났다. 장마뒤 모처럼 텃밭을 돌보러 갔다. 장마기간이 길었던 탓에 텃밭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텃밭 가까이 가자 엄청 자란 풀 때문에 밭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빨갛게 익어가던 방울토마토의 절반이 줄기가 부러져 있었다. 장마 전 지주대를 끈으로 여러번 단단히 묶어줬는데도 말이다. 주렁주렁 달렸던 가지마저 쓰러진 채 뒹굴고 있었다. 땅에 떨어진 토마토와 가지, 고추 등에서는 이미 썩은 내가 진동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더 엉망진창인 텃밭을 보니 헛웃음만 나왔다. 작년에도 장마 피해를 입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만큼 올 장마철 기록적인 폭우의 위력이 강력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상이변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야 취미로 하는 주말농장에 불과하지만 농사를 업으로 하는 농민들에게 기상이변은 더 이상 농업의 변수가 아닌 상수로 인식해야 할 판이다. 점점 농사짓기가 힘들어진다는 말이다. 가뜩이나 불안한 우리나라 식량안보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1980년대 70% 후반 수준이었던 것이 1990년대 60%를 거쳐 2010년대 40% 중후반대로 떨어졌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44.4%, 곡물자급률은 20.2%에 불과하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는 현재진행형일뿐만 아니라 개별 농가단위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이상기후에 대비한 국가적인 농업대책을 심도있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기상이변이 속출했던 올 여름, 식량안보에 대한 경각심과 우리 농업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