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심 3%' 심혈관계 질환 신약개발에 뛰어들다
인천 출신… 인하대 컴퓨터공학과·대학원 졸업후 연구매진 유학길
"硏, 유럽 최초이자 최대 규모 바이오 신약 산학연 클러스터" 소개
방대한 생물·의약데이터 분석기술 융합 개발센터서 7년째 몸담아
송도 '밀너의약연구소 분원 설립'도 담당… 현재 인천시와 협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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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식 영국 케임브리지대 밀너 의약연구소 인공지능연구센터장을 9일 오전 인천 남동구 경인일보 인천본사 대회의실에서 만났다. 사진 배경은 인공지능 바이오 신약을 이미지화한 형상이다. |
"글로벌 제약사들과 함께 신약 발굴에 필요한 연구·기술 개발부터 치료제 개발의 최종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임상실험까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인천 태생의 한남식(47) 영국 케임브리지대 밀너의약연구소(Milner Therapeutic Institute) 인공지능연구센터장은 지난 9일 경인일보 인천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연구소에 대해 "유럽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바이오 신약 산학연 클러스터"라며 이같이 소개했다.
그가 인공지능연구센터를 이끈 지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 7년째다. 한 센터장은 인하대 컴퓨터공학과·법학과 학사, 동대학원 컴퓨터정보공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삼성전자 통신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연구에 더 매진하기 위해 유학길에 올라 맨체스터대,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공지능연구센터는 인간의 학습 능력을 집약한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대규모 의약 데이터를 분석해 신약 물질을 찾는 연구를 한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학습 능력과 같은 기능을 컴퓨터에서 실현하는 머신 러닝으로 알고리즘을 구축해 방대한 생물·의약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신약 개발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학명은 전산생물학(computational biology)으로 응용수학, 정보과학, 통계학, 컴퓨터 과학, 인공지능, 화학, 생화학 등 다양한 학문을 융합해 활용하는 분야다.
전산생물학을 적용한 기술 발달은 신약 개발에 투입됐던 인력부터 비용, 시간까지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변곡점이 됐다. 질병이 발병하는 생물학적 구조를 규명해 신약을 적용할 유전자를 찾고 단백질이나 데옥시리보핵산(DNA), 리보핵산(RNA), 대사 물질 등을 이용해 신약 투입 후 몸 안의 변화를 빠르게 예측할 수 있다.
인체의 약물 반응 정도 등을 측정해 신약 개발 과정에 반영할 수 있다. 기존 신약 개발 연구 단계에서 전통적인 화학구조식에 입각해 질병과 증상, 약효 등을 검증하는 데 10여 년을 소모했던 것과는 큰 변화다.
한 센터장은 "전형적인 신약 개발 과정은 매우 길어서 보통 한 프로젝트가 10년 넘게 걸리는 데다 약 4조~5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며 "(전산생물학을 적용한 신약개발은) 마지막 임상단계에 도입됐다가 현재는 인체 유전자 분석을 통해 질환 원인을 파악하는 등 신약 개발 초창기 단계에서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들어온 첫 번째 코로나19 백신 공급사 '아스트라제네카'부터 제약사 시가총액 1위 '일라이 릴리', 우리에게는 베이비파우더·화장품으로 익숙한 '존슨앤드존슨',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머크'까지 거대 제약사들은 인공지능연구센터와 손을 잡고 바이오 신약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한 센터장은 신약 분야 중 비교적 연구·개발 비율이 낮은 심혈관계 질환에 관심을 갖고 치료제 발굴을 위한 스타트업도 운영하고 있다. 교육자이자 학자로서 연구와 후학 양성이라는 역할은 물론, 학문적 성과가 환자들의 실제 증상 완화나 치료로 이어졌으면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지난 2021년 학생들과 공동 창업한 인공지능 신약 개발 스타트업 카디아테크(CardiaTec Biosciences)는 현재까지 총 11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연구 성과가 치료제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실제 효용으로 연결되는 데 있습니다. 심혈관계 질환 중 심장은 인종 간 유전학적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유럽, 미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환자들의 특성도 파악해 질환 원인을 찾고 신약을 발굴하는 데 매진하고 있습니다."
심혈관계 질환은 신약 개발에 있어서 제약업계 관심이 적은데, 투입한 시간과 비용 대비해 성공할 확률이 낮아서다. 인공지능 신약 개발 스타트업 중에 절반은 암 치료제 발굴을 목표로, 나머지 20%는 알츠하이머를, 10%는 호흡기·당뇨 등 만성질환을 주된 연구개발 분야로 하고 있다.
심혈관계 질환에 관심 갖는 업체는 약 3% 정도 된다는 게 한 센터장 얘기다. 과거에는 많은 제약사가 도전했던 분야이지만, 심장은 다른 조직과 달리 신약 개발을 위한 검사·연구가 제한돼 있어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카디아테크는 현재 미국과 영국에 있는 대형 병원 70여 곳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해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장기 이식에 실패한 심장을 전달받아 세포나 조직을 채취·검사하면서 심혈관계 신약 개발을 위해 한발 더 다가가고 있다.
인천시가 송도 분원에 유치하려는 밀너의약연구소 분원 설립 업무도 한 센터장이 맡고 있다. 인천시는 송도국제도시 내 인천글로벌캠퍼스(IGC)에 밀너의약연구소 분원이 들어서면 이미 지역에 있는 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바이오시밀러' 제조사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관련 기업들과 산학연 교류로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센터장은 8월에 인천시와 만나 분원 설립에 필요한 행정절차 등 협의를 했다.
한 센터장은 밀너의약연구소 분원 설립 과정에 대해 "바이오 제약업계가 집적된 인천은 연구소와 교류해 성과를 내기에 최적화된 곳"이라며 "인천시에서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대학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분원 설치에 필요한 내부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계획상으로는 내년 중 내부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글/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한남식 센터장은?
▲1977년생
▲인하대 컴퓨터공학과, 법학과
▲동대학원 컴퓨터정보공학과(석사)
▲맨체스터대 컴퓨터과학과-생명과학과 협동과정 생명정보학(박사)
▲맨체스터대 생명과학과 박사후 연구원
▲케임브리지대 거든연구소 박사후 연구원
■주요 경력
▲2017년 케임브리지대 밀너의약연구소 인공지능연구센터장
▲2021년 케임브리지대 수학과 부교수·CardiaTec Biosciences 공동 창업자 겸 Founding CTO·연세대 의과대학 겸임교수
▲2023년 케임브리지대 줄기세포연구소 겸임교수·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객원교수·인하대 의과대학 객원교수
▲2024년 케임브리지대 AI@Cam 연구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