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열대야에 주거 취약계층의 시름이 깊다. 일부 지자체는 폭염특보가 발효되거나 열대야가 예보되면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65세 이상 홀몸 노인 등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무더위 안심숙소'를 운영 중이다. 냉방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주민들이 호텔 등 지역 숙박시설에 며칠이나마 머물 수 있도록 지자체가 마련해 놓은 것이다. 인천에선 지난 2022년 부평구를 시작으로 지난해 남동구, 올해는 연수구가 이 안심숙소를 잇따라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인천은 8월 19~20일 밤 기준 28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 이상인 날로 사람이 잠들기 어려운 무더운 밤을 뜻한다. 기상청이 인천 지역을 관측하기 시작한 1904년 이후 역대 최장 기록이 연일 경신되고 있다.
무더위 안심숙소가 제 기능을 발휘해야 할 시기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연수구는 지역 숙박업소 6곳과 협약을 맺고 올해 처음으로 마련했다. 7~9월 중 폭염특보가 발효되거나 열대야가 있으면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1인당 최대 3일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이용 주민은 19일 기준 단 1명도 없다. 지난해부터 무더위 안심숙소를 운영한 남동구도 올해 이용 건수가 겨우 5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홍보 부족이다. 경인일보 기자가 만나본 주민들은 무더위 안심숙소란 게 있었느냐며 반문한다. 가까운 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가면 무더위 안심숙소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자세히 안내받을 수 있는데 주민들이 이런 숙소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천 10개 군·구 중 최초로 무더위 안심숙소를 도입한 부평구에선 올해 이용 건수가 그나마 80건 정도는 된다고 한다. 도입 초기 시행착오를 겪었을 부평구는 홈페이지 등 온라인뿐 아니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주민들에게 직접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제도의 취지와 이용 방법을 알리고 있다. '적극 행정'이 최선의 해법이 된 셈이다.
기후 위기 속에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폭염 피해는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할 사회적 재난이 됐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몰라서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정부와 지자체가 시행 중인 수많은 폭염대책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전반적인 실태 점검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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