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의무… 이전 건물 제외
삽시간에 불 확산, 차단 시설 없어
올해만 2번의 점검 실시, 모두 통과
7명 목숨 잃어… 실질적 대책 필요
'전기적 요인' 원인 유력… 수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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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전 부천 호텔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2024.8.2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누군가 소리쳐 호텔 쪽을 봤을 땐 이미 연기가 쏟아져 나오고 불꽃도 가득 차 있었어요."
지난 22일 오후 7시37분께 부천시 원미구의 한 호텔에서 발생해 7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 사고 역시 사실상 예고된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날 퇴근 후 귀가하며 인근을 지나던 김모 씨가 화재 현장을 목격했을 땐 이미 불꽃과 유독가스가 발화 지점인 건물 7층을 가득 메운 상태였던 터라 투숙객들은 "살려달라"는 구조 요청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구축 건물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 때마다 그랬듯, 이번 부천 호텔건물 화재 역시 객실 내 기본적인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로 파악돼 사실상 대형 인명피해 우려를 안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화재 현장 브리핑에 나선 부천소방서 관계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면서도 "(사고 호텔 건물의)2003년 건축 완공 당시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관련법 개정에 따라 지난 2017년부터 6층 이상 신축건물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소급 적용은 되지 않아 이번 사고 건물까지 반영되지는 않았다.
현재까지 소방당국이 발화 요인으로 추정하는 객실 내 벽걸이 에어컨에서의 화재가 에어컨 아래 놓여 있던 침대 매트리스를 통해 삽시간에 커지는 동안 그 어떤 소방시설도 불의 확산을 막지 못한 것이다.
불과 수개월 전 이뤄진 호텔 자체 소방점검과 소방서 차원의 안전진단도 이번 참사를 막는 데엔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4월 민간 소방시설관리업체를 통해 진행된 해당 호텔 건물 내 각종 소방시설에 대한 자체 점검 결과는 '양호'였다. 아무런 지적 사항이 나오지 않은 이 같은 결과가 부천소방서에 통보되기도 했다.
이로부터 2개월 전 부천소방서가 직접 해당 건물을 겨울철 화재 대비 목적으로 안전진단했으나, 여기서도 별다른 문제점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화재 사고에 따른 인명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땜질식 대책만 내놓기보다는 소급 적용까지 고려한 실질적인 화재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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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전 부천 호텔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2024.8.2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한편 소방과 경찰 등 관계자 33명은 지난 23일 오전 11시부터 낮 12시30분까지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이후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전기적 요인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화재 원인을 내다봤다.
이어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화재 장소로 확인된 8층을 비롯해 19명 사상자가 발생한 원인 규명에 집중했다"며 "감식 결과를 토대로 폐쇄회로(CC)TV 확인과 목격자 등 참고인 수사를 실시해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연태·조수현·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