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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핌 후에도 '인연의 끈'… 돌보미 삶에도 '새로운 꿈'

김준석
김준석 기자 joonsk@kyeongin.com
입력 2024-08-27 21:09

희망·위로 전하는 '수원새빛돌봄' 1년


김보미씨, 우연한 기회로 새빛도우미 활동 시작
단순 동행서비스 넘어 만남·응원해주는 존재로
800명 도우미, 이웃과 함께 희망 띄우는 힘 발휘

3월부터 시범사업 시작한 '식사배달' 특화서비스
136명에 5040개 따끈한 도시락… 전체洞으로 확대
새빛돌봄 6976건 상담·3063명 신청… 2531명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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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이재준 수원시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수원새빛돌봄'이 실행에 옮겨진 지 1년이 지났다.

벌써 수원새빛돌봄은 적지 않은 수원지역의 돌봄 공백을 채우며 수많은 이웃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고 있다.



이재준 수원시장이 추진해 수원만의 마을단위 돌봄으로 탄생한 수원새빛돌봄이 지난 1년간 이웃을 돌보고 살핀 성과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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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빛돌보미로 활동 중인 김보미씨(가운데)와 A+굿모닝요양센터 소속 새빛돌보미들. /수원시 제공

■ 돌봄 필요자 말고 돌보미에게도 '빛'


"수원새빛돌봄은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에게도, 새빛돌보미인 저에게도 '빛'이 되었습니다."

수원에서 새빛돌보미로 활동하는 김보미(48)씨는 수원새빛돌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김씨는 지난해 가을, 길에서 우연히 수원새빛돌봄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발견해 새빛도우미가 됐다.

동 행정복지센터에 문의한 뒤 관련 교육을 받고 지난해 10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새빛돌봄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대상자들을 돌보고 살피며 '새빛돌보미'를 넘어 '이웃'으로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는 미담의 주인공이다.

김씨는 지난해 겨울 새빛돌봄 서비스로 10여회 병원을 동행한 대상자 A씨와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공황장애 등을 앓고 있는 A씨는 첫 만남 당시 눈맞춤도 하지 못했다. 김씨는 병원 동행 때마다 A씨에게 '언니'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가 '할 수 있다'며 용기와 자신감을 북돋웠다.

김씨의 노력이 더해질수록 A씨는 점차 눈맞춤이 길어지더니 어느 날엔가는 진료를 마치고 카페에 함께 가자고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동행 서비스가 종료된 이후에도 둘은 안부 연락을 주고받고 가끔 만나 식사도 하며 만남과 응원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최근 서비스를 마무리한 B(10)군은 자녀처럼 돌보며 정이 많이 들었다. 김씨는 치료를 위해 발달센터에 다니는 B군과 동행하며 스마트폰에 구구단과 한글 등 학습용 앱을 설치해 틈틈이 함께 공부하며 흥미를 유발했다. 장난감이 갖고 싶다는 B군을 위해 중고거래 앱을 통해 무료 나눔을 받아 선물하기도 했다. 낯가림이 심했던 B군은 부쩍 활발해지고 김씨와 헤어지기 싫어해 동행 서비스 이후 학원까지 데려다주기도 했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김씨의 삶에도 새로운 꿈이 생겼다. 그는 "새빛돌보미 활동을 하며 이전에 받았던 도움을 갚을 수 있는 제2의 삶을 살게 됐다"며 "전문적인 돌봄을 위한 자격증 공부도 지속해 돌봄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다"며 환히 웃었다.

새빛돌보미들은 수원시 곳곳에서 미담을 만들어내고 있다. 800명에 달하는 새빛도우미는 도움이 필요한 수원시민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이웃과 함께 희망의 싹을 틔우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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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담당자가 수원새빛돌봄 식사배달 서비스 이용 가정에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 온기 전하는 '식사 배달 서비스'

수원새빛돌봄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수원지역 이웃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기도 한다. 올해 3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한 식사배달 서비스 덕분이다.

수원시 팔달구 교동에 위치한 오레시피 수원교동점은 일반 반찬 전문점보다 일찍부터 분주하게 아침을 시작한다. 자활근로사업장이자 새빛돌봄 식사배달 서비스 제공기관인 이 곳에서 10여명의 작업자들은 수원지역 이웃들의 식사를 준비한다.

당일 새벽에 배송된 신선한 재료를 오전 7시부터 깨끗하게 다듬고 조리해 삽시간에 여러 가지 반찬을 만들어 내느라 작업자들 모두 눈과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이렇게 매일 아침 따뜻한 밥과 국, 방금 조리한 반찬이 준비되면 작업대에 50개에 달하는 빈 도시락통이 늘어선다. 작업자들은 정성스럽게 메인 반찬과 밑반찬 네 가지를 각 칸에 놓고, 이제 막 뜸이 든 밥을 퍼 담아 도시락을 완성한다. 도시락은 오전 9~10시면 준비를 마치고 보온 박스에 담겨 배달 차량에 실린다.

현재 시범사업으로 8개 동에 배달하는 새빛돌봄 도시락은 2명의 배달 담당자가 직배송한다. 주로 저층 주거밀집지역 등이 많아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달리는 일은 예사다. 4~5층이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도 수두룩하다. 그래도 배달 담당자는 무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따뜻한 도시락의 온기가 식기 전에 식사를 배달하겠다는 의지로 구슬땀을 흘리며 걸음을 재촉한다.

식사배달 서비스는 수원시민의 제안으로 시작된 수원새빛돌봄만의 특화 서비스다. 질환이나 부상 등 건강 문제로 식사 준비가 어렵거나 다른 복지서비스를 대기하는 경우 등 기존 제도에서 제공되는 식사배달 서비스의 공백을 채우고 있다. 지난 3월29일 이후 5개월 동안 136명의 대상자들이 5천40개의 따끈한 도시락을 받아 끼니를 해결했다. 수원시는 이 서비스를 전체 동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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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말 이재준 수원시장 등 복지서비스 관계자들이 수원새빛돌봄 전 동 확대를 홍보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 도움 필요한 구석구석에 새빛돌봄


수원새빛돌봄은 민선 8기 수원시에서 새롭게 도입된 틈새 복지서비스다. 마을이 중심이 돼 촘촘하고 통합적인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민·관·학 전문가는 물론 사례관리담당자 등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수원만의 통합돌봄체계다.

지난해 7월1일 수원지역 8개 동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한 뒤 올해부터 44개 전체 동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본형으로는 4대 11종의 서비스가 지원된다. 신체활동이 어렵거나 가사지원이 필요한 때 지원되는 방문가사, 병원이나 일상생활 등 동행이 필요한 시민을 지원하는 동행지원, 생애주기별 상담과 중독관리 등의 심리상담, 보호자 부재 시 이용자 또는 반려동물을 돌보는 일시보호 등이 주요 서비스다.

새빛돌봄 서비스는 돌봄이 필요한 수원시민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서비스를 신청하면 동 돌봄플래너가 돌봄 필요도를 판단해 대상을 선정한다. 특히 기준 중위소득 75% 이하 가구의 경우 1인당 연 100만원 이내의 서비스 비용을 지원한다. 1인가구라면 약 167만원, 4인가구의 경우 429만원이 기준이다. 기준을 넘는 경우는 자부담으로 이용하면 된다.

수원새빛돌봄은 지난 1년 동안 시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 6천976건의 상담이 이뤄졌고, 3천63명이 새빛돌봄 서비스를 신청했다. 이 중 2천531명에게 새빛돌봄 서비스가 제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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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이재준 수원시장이 수원새빛돌봄 1년을 맞아 지역 내 새빛돌봄 이용 가구를 방문했다. /수원시 제공

이재준 시장은 "따뜻한 돌봄특례시를 향해 새빛돌봄의 첫발을 내디딘 지 1년이 지났다"며 "새빛돌봄이 대한민국 돌봄 모델로 자리매김할 때까지 혼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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