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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방비 '딥페이크' 입법·실태조사 등 대책 서둘러야

입력 2024-08-28 19:46 수정 2024-08-2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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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딥페이크' 영상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결과물로만 여기며 흥미로워했던 게 다였다. 그랬던 이 가짜영상 합성기술이 이제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거대 공포가 됐다. 추적단 불꽃의 일원으로 'N번방' 사건을 처음 공론화했던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자신의 SNS에 여성들의 SNS 사진을 이용한 딥페이크 성범죄물의 제작·유포 사실을 경고하며 국가적 재난 상황 선포를 촉구할 지경이 됐다. 중복 숫자를 합쳐 가해자가 22만명에 달한다고 했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명백한 범죄행위로 규정하며 강력한 대응을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피해자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중·고교생과 같은 미성년자, 주부, 교사, 군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각급 학교 현장의 심각성이 더하다. 이달 20일 인하대에서 서울대 동문 딥페이크 사건과 유사한 사건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단체 대화방 운영자와 유포자 등을 쫓고 있는데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미 전국의 각 지역·학교별로 여러 개의 텔레그램 대화방이 만들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이른바 '겹지방'이란 걸 만들어 함께 아는 특정 여학생의 정보를 공유하고 얼굴과 나체 사진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다. SNS에 명단으로 떠돌고 있는 피해학교 수만 100곳이 넘는다.

실제로 수원·화성·여주 등 경기지역 내 다수 고교와 대학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에선 중학교 4곳, 고등학교 18곳이 피해 의심 학교로 지목된다. 그런데도 경기도와 인천 교육당국의 대응은 미진하기만 하다. 경기도교육청은 관련 가정통신문만 발송했을 뿐이고, 인천시교육청은 학교 내부망에서 불법 이미지 생성 사이트에 접근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한 게 전부다. 이런저런 이유를 접고 실태조사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 서울에서 지난 7월 말까지 초·중·고교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가 10건 접수됐고, 14세 이상 청소년 10명이 입건된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국회가 더 이상 관련 입법에 미적대지 말아야 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입법의지 부족으로 딥페이크 방지법을 통과시키지 못했던 여야가 각각 당 차원의 대책 마련을 서두른다고 하나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 하루빨리 전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입법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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