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일상에 스며든 도박
'비대면 확산' 온라인 중심 고도화
병원 찾는 도박 중독 학생도 급증
"뇌 기능 손상 영향… 치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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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청소년도박실태 조사결과 10명중 4명은 도박경험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은 도박사이트에 접속해 있는 휴대폰 화면. 2024.8.3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청소년들 일상에 도박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청소년 도박의 심각성은 각종 통계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2022년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1만8천44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도박문제 위험집단에 있는 학생은 4.8%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 중 5명은 도박문제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도박문제 위험집단은 위험군(경미~중증 수준의 도박행위 조절 실패)과 문제군(심각한 수준의 조절 실패)을 합산한 결과다.
이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 10명 중 4명(38.8%)은 도박(돈 내기 게임)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들이 처음 도박을 접한 평균 연령은 11.3세였다.
도박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인원도 매년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도박으로 검거된 범죄소년(14~19세 미만)은 2019년 72명에서 2023년 169명, 올해 277명(7월 말 기준)으로 5년간 3배 이상 늘었다. 촉법소년(10~14세 미만)의 경우 2014년부터 2020년까지는 없다가 2021년부터 적발됐다. 2021년 3명, 2022년 2명, 2023년 15명, 올해에는 43명으로 청소년 도박문제가 점차 저연령화하고 있다. → 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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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온라인 불법도박 근절과 청소년 보호'를 위한 범정부 대응팀이 출범하면서 도박에 빠진 청소년을 발굴하는 취지로 집중 단속에 나섰다"며 "초범이거나 도박 금액이 적은 경우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 연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청소년 도박의 심각성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예방활동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도박 중독으로 병원을 찾는 청소년 환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집계된 19세 이하 도박 중독 치료환자 수는 2019년 93명에서 지난해 167명으로 80% 가까이 늘었다.
청소년 도박 급증 배경에 코로나19 확산이 크게 작용했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 기간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불법 도박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고도화했다.
온라인 도박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높은 불법 OTT 스트리밍 사이트, 불법 웹툰 사이트 등을 통해 청소년이 많이 유입됐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온라인 도박은 모바일 게임과 유사해 청소년들이 경계심 없이 접근할 수 있고, 24시간 내내 언제 어디서나 도박이 가능해 위험성 또한 높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시기에 학교 수업 등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학생들이 온라인 기기에 노출된 시간이 늘었다"며 "청소년 도박 역시 그 시기에 많이 급증했다"고 했다. 이어 "임상적으로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미숙한 청소년들을 타깃으로 두고 마케팅을 하는 정황도 나타난다"며 "학교나 부모가 아이들의 불법 도박 사실을 알기 어렵다. 아이들이 사각지대에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청소년기 도박은 중독성이 매우 강하고, 성인 시기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배 교수는 "청소년은 성인과 달리 뇌가 발달하고 있는 시기이므로 도박에 노출되면 뇌 기능 손상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청소년이 도박에 중독되는 경우 전문가 등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끊기가 어렵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