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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건축기행·(18)] 서귀포 본태박물관… 빛과 물, 함께 머물고픈 바람… 회색빛에 담긴 제주의 숨결들

입력 2024-09-02 20:24 수정 2024-09-02 20:25

'본래의 형태' 뜻을 빌린 인류 본연의 아름다움 탐구

프리츠커상 수상한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 설계
노출 콘크리트와 자연의 조화… 건축 철학이 오롯이
한국 전통 기와 돌담길·수벽, 박물관 트레이드마크
최근 야외 호수 주변에 '푸른 사과' 영구 설치돼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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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태박물관 한국 전통 기와 돌담과 함께 조성된 물길. /본태박물관 제공

본태박물관(bonte museum)은 '本態, 본래의 형태'란 뜻을 빌려 인류 본연의 아름다움을 탐구하기 위해 2012년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에 설립됐다.

전통과 현대의 공예품을 통해 인류 공통의 아름다움을 탐색하자는 취지에서 계획된 박물관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1995년)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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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는 '제주도 대지에 순응하는 전통과 현대'를 고민하며 설계를 진행했고,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노출 콘크리트에 자연의 숨결과 따뜻한 색감을 지닌 한국 전통공예품을 담아 담백한 목조건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본태박물관은 노출 콘크리트와 빛 등 자연적 요소를 잘 담아내 '인간과 자연의 조화'라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이 가장 잘 담긴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물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가는 동선에 있는 한국 전통 기와 돌담길과 수벽(水壁, 물이 흐르는 벽)도 박물관의 트레이드 마크다.

박물관 동선은 입구인 주차장부터 건물 내부까지 짧은 거리를 의도적으로 길게 늘여 구불구불 돌아가도록 설계됐다.

안도 다다오는 건물 외부 곳곳에 독립적인 벽체를 사용해 동선을 유도하거나 앞으로 펼쳐질 공간을 의도적으로 단절시키는 등 관람객의 호기심을 유발하도록 했다.

전시관 갤러리는 개관 당시 2개에서 지금은 5개로 늘었다.

제1관은 1층에서 2층까지 복도 없이 한 공간으로 조성됐다. 박물관 고문인 이행자 여사가 30여 년간 수집한 조선시대 목공예품인 소반을 비롯해 자수, 보자기, 병풍, 도자, 장신구, 가재도구, 전통복식 등 우리나라 전통 공예품이 전시되고 있다.

제2관은 깊은 처마 아래로 높은 홀과 주전시실이 연결되는 개방적인 공간으로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페르낭 레제, 백남준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현대미술품과 안도 다다오의 명상실을 관람할 수 있다.

제2관에서 바라보는 산방산, 모슬봉, 단산의 풍경은 또 하나의 볼거리다. 제3관은 쿠사마 야요이 상설전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그의 대표작 '무한거울방-영혼의 반짝임', 'Pumpkin'이 영구 설치됐다.

제4관은 우리나라 전통 상례를 접할 수 있도록 상여와 상여 부속품인 꼭두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제5관은 기획전이 열리는 공간이다.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가 펼쳐지고 있다. 건물 옥상도 서귀포 남쪽 바다를 조망하며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손색이 없도록 꾸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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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태박물관 주차장에서 본관으로 들어가는 동선에 조성된 한국 전통 기와 돌담. /본태박물관 제공

제1관과 제2관을 연결하는 야외 동선은 한국의 전통 담벼락과 좁은 골목, 가느다란 냇물과 작은 다리가 배치돼 차분히 걸으면서 야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특히 건물과 건물 사이에 한국의 전통 담벼락과 좁은 골목, 가느다란 물과 작은 다리를 배치, 전시 공간에 들어가기 전에 한국의 전통적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건물 외관은 최대한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맑은 유리, 전통 석재, 흙, 타일 등 최대한 자연 재료가 사용됐다.

야외 전시도 빼놓을 수 없다. 박물관 남쪽 야외 조각공원에는 문자를 이용한 인물 조각으로 유명한 자우메 플렌사의 트레이드마크인 웅크린 인물 모습을 표현한 작품 'Children's Soul'을 비롯해 로트르 클라인-모콰이이 'Gitane',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Euphoria'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안도 다다오의 청춘'이라 불리는 '푸른 사과'가 야외 호수 주변에 설치됐다. 그의 세계적으로는 4번째, 한국에서는 원주 뮤지엄산에 이어 두 번째로 영구 설치된 이 작품에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이 담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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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설치된 안도 다다오의 '푸른 사과'. /본태박물관 제공

■ 건축 특징

△ 노출 콘크리트

안도 다다오는 '노출 콘크리트'를 건축의 주 재료로 사용한다. 노출 콘크리트는 모든 색채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특성은 변화시키지 않는다. 건축에 담긴 언어를 추상화할 수 있는 소재로서 그에게 가장 적합한 재료였다.

안도 다다오는 자신의 건축 철학과 언어를 잘 담아낼 수 있으면서도 이전의 건축가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노출 콘크리트를 본태박물관 설계에 반영했다.

안도 다다오는 노출 콘크리트를 건축계에 처음 선보인 르 코르뷔지에의 거칠고 원초적인 마감과는 달리 시각과 촉각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자신만의 노출 콘크리트를 만들었다.

최적의 물과 시멘트의 배합, 철근과 거푸집의 간격 등 그만의 방법으로 완성된 비법을 통해 완성된 노출 콘크리트는 손에 닿는 감촉이 부드럽고 매끄러우면서도 견고한 특징을 가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빛


빛은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에서 노출 콘크리트와 함께 대표적인 건축 요소다. 본태박물관에 들어서면 빛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공간과 빛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조각 작품 같은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안도 다다오는 빛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재료로 노출 콘크리트를 선택했다. 회색의 매끈한 노출 콘크리트 표면에 비치는 빛은 자연의 빛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또 빛과 함께 생기는 그림자는 극적인 대비를 통해 공간의 입체감을 더하며 또 다른 시각적 재미를 준다.

텅 빈 방의 천장은 내부를 빛으로 채워 관람객의 사색을 이끌어내고, 어둡고 긴 통로 속 기다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공간과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 물


본태박물관 야외에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작은 호수를 비롯해 두 개의 건물 사이에 흐르는 좁고 긴 물길이 있다. 특히 물길과 수벽은 두 개의 전시 공간을 이동하는 통로에 조성, 관람객들이 반드시 거치도록 설계됐다. 건축 속에 담긴 자연을 온전히 느끼라는 설계자의 의도가 담겼다.

물길과 수벽 주변으로 부는 바람은 물의 움직임과 소리를 만들어내 관람객들의 청각과 촉각을 자극한다.

본태

■ 안도 다다오는?

르 코르뷔지에 영감 받고 인간과 자연의 교감 강조


안도 다다오(1941~)는 물의 도시라 불리는 일본의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수공예 공장과 장인이 많은 지역인 외할머니 집에서 유년 시간을 보내며 성장했다. 이 시기를 보내며 그는 물, 바람, 빛과 같은 자연과 많은 교감을 나눈다.

대학에 진학한 후 독학과 답사를 통해 스스로 건축을 배워나갔고, 독학의 과정 중 책 속에서 만나게 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철학에 큰 영감과 깨달음을 얻는다. 자신의 우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건축관과 유년 시절 물리적 환경을 통해 형성된 자연과의 관계는 안도 다다오의 일관된 건축 철학의 바탕이 됐다.

그는 자신의 건축에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 교감을 강조한다. 노출 콘크리트와 기하학적 구조, 자연적 요소를 건축에 끌어들인 독창적인 건축 특징으로 세계적 반열에 오르게 된다.

1994년 건축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다.

안도 다다오는 제주에 본태박물관 외에도 섭지코지에 있는 '우민 아르누보 뮤지엄'(옛 지니어스 로사이), '글라스하우스' 등의 작품을 남겼다.

/제주일보=김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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