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이 빚을 갚지 못해 학교폭력, 사회적 고립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겪고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청소년들의 온라인 도박 중독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PC를 통해 한정된 공간에서만 도박사이트 접속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도박을 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이용자가 뽑기 형식으로 캐릭터나 무기를 얻는 것인데, 이른바 '현질'(현금 구매)을 유도한다.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보호자의 돌봄 없이 혼자 시간을 보내는 아이가 늘었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문화에 익숙해진 것도 청소년 도박이 심각해진 이유 중 하나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1만8천444명을 대상으로 한 '2022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100명 중 5명은 자기 조절에 실패했다. 도박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돈내기 게임을 해 본 청소년의 약 9%는 남의 돈이나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자살을 생각해 본 청소년도 적지 않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도박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청소년은 증가·저연령화 추세를 보인다. 도박 중독 청소년들과 상담사들의 얘기로는 교실 내에서 도박 사이트 추천, 도박 자금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청소년은 '또래 문화'와 '부족한 통제력' 때문에 온라인 도박에 쉽게 노출 또는 중독될 수밖에 없다. '세 살 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청소년기 도박 습관은 성인이 돼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청소년 도박의 또 다른 문제는 도박 자금을 구하거나 빚을 갚기 위해 학교폭력·절도·사기 등 범죄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인물의 얼굴에 타인의 신체 등을 합성한 '딥페이크' 성범죄도 청소년 도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경찰청,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 교육청 등 여러 기관·단체가 도박의 늪에 빠진 청소년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정부와 지자체, 교육청, 관계 기관·단체가 더욱 적극적으로 청소년 도박 예방·치유에 나서야 한다. 청소년 도박 예방·치유를 위한 예산·인력·시설을 늘려야 한다. 또 도박사이트에 대한 감시와 단속을 강화하고, 도박범죄 계좌 동결을 위한 관계 기관·단체와 금융기관의 '핫라인' 구축도 시급하다. 각 가정과 학교의 역할도 중요하다. 청소년을 온라인 도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우리 사회 모두가 나서야 한다.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