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의 설명회, 30여개사 참석
미국·EU 규제 공급망 포함 적용
"원청서 감축 구체적 안내 없어"
"분야별 인력 배치 어려워 고민" |
인천상공회의소 공급망ESG지원센터가 10일 인천기업경영지원센터에서 '공급망 ESG 실사 사례 및 현장 이슈' 설명회를 개최했다. 강연에 나선 양해성 IBK컨설팅센터 팀장이 중소기업 관계자들에게 ESG 규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4.9.10 /인천상의 제공 |
"중소기업도 지금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에 대한 대응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10일 인천 기업경영지원센터에서 열린 '중소기업을 위한 ESG 변화관리 설명회' 현장. 인천상공회의소 공급망ESG지원센터가 개최한 이날 설명회에 인천지역 중소기업 30여개사 관계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공급망·ESG 규제 시행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대응에 나선 가운데, 대기업에 부품 등을 납품하는 인천 기업들도 원청업체의 기준을 따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기업에 기계를 납품하는 인천 소재 중소기업 A사 관계자는 "원청의 ESG 대응 요구를 받고 컨설팅 업체를 통해 진단을 받았지만, 규제가 복잡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어려움이 있어 도움을 받고자 설명회장을 찾았다"고 했다.
미국과 EU는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ESG 규제 시행에 나서고 있다. EU는 올해 '산림 전용 방지 규정'과 '배터리 규정'을 시행하고, 2026년에는 철강·알루미늄·시멘트 등 6개 원자재가 쓰이는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산정해 관세를 부과한다. 2027년에는 기업의 ESG 경영 내용을 공시하도록 요구하는 '공급망 실사법'도 시행한다.
미국도 이르면 올해 말부터 '청정경쟁법'을 단계적으로 적용해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을 수입할 때 관세를 매길 예정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ESG 규제에 맞게 납품업체 선정 기준을 마련하는 등 준비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EU의 규제가 대기업뿐 아니라 1·2차 협력사와 원자재 공급업체 등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원청기업이 납품업체의 ESG 규제 이행 여부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는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ESG 평가 결과를 입찰 조건으로 담은 표준계약서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데, 기준보다 점수가 낮으면 납품업체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도 환경과 안전보건, 인권 경영 등 원청이 마련한 기준에 맞게 ESG 경영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전문 인력과 예산 등에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ESG 규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 중소기업 B사 관계자는 "원청에서도 탄소 배출 감축을 요구할 뿐 구체적으로 얼마나 줄여야 할지 안내하지 않고 있다"며 "분야별로 담당 부서나 인력을 두는 것도 한계가 있어 고민이 크다"고 했다.
이날 설명회에 강연자로 나선 양해성 IBK컨설팅센터 ESG컨설팅팀장은 "공급망 실사법 등 ESG 관련 규제의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기업들의 대응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중소기업들이 현재 수준에서 ESG 규제를 이행할 수 있는지 진단을 받고 문제점을 자세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