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선로 기념비 제막식이 열린 10일 인천대학교 앞 인도에서 고 최기선 시장의 유가족 김영애 여사를 비롯해 황효진 인천시 글로벌도시정무부시장, 박영복 최기선시장추모위원회 위원장, 정해권 인천시의회 의장,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박종태 인천대 총장 등이 제막식을 하고 있다. 2024.9.10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
'최기선'은 지난 1988년 13대 총선에서 당시 경기도 부천시 남구 선거구에서 당선된 이후 김영삼 정부 때인 1993년 관선 인천직할시장으로 부임한 상도동계 출신 정치인이다. 취임 이듬해 터진 북구청 세무비리 사건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가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인천광역시장으로 당선됐고, 1998년 치러진 제2회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모두 합쳐 8년 6개월간 시장으로 일하면서 송도국제도시 개발의 초석을 놓았고, 인천대학교의 시립화를 이뤄냈으며, 오늘의 광역화된 인천 행정구역을 확보했다. 적어도 키 높이에선 인천이 부산·대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디딤돌을 마련한 그의 업적을 기려 엊그제 송도국제도시의 인천대학교 앞 아카데미로 600m 구간이 공식적으로 '최기선로(路)'로 이름이 붙여졌다.
외국에선 전임 시장의 업적을 기린 기념공간이 드물지 않다. 미국 뉴욕의 '라과디아 공항'은 1934년부터 1945년까지 뉴욕시장을 지냈던 피오렐로 라과디아의 공로를 기려 붙여진 이름이다. 뉴욕의 이스트강을 가로질러 맨해튼과 퀸스지역을 잇는 교량 '에드 코치 퀸스버러 브리지' 또한 2011년 뉴욕시의회가 전임 뉴욕시장 에드 코치를 기념하여 공식 명칭을 부여한 사례다. 프랑스 파리의 '자크 시라크 공원'은 1977년부터 1995년까지 파리 시장을 지낸 자크 시라크의 이름을 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지역 정치인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이름을 딴 명예도로가 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타계한 전임 시장이 길의 이름으로 다시 시민들과 만나게 된 것은 기념행사에서 어느 인사가 말했듯 도시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이는 일임에 틀림 없다.
물론 적지 않은 시간을 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깊은 그늘도 생겨났던 게 사실이다. 그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꼽히는 인천의 광역화 과정에선 선거구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지리적인 구역과 다르게 기형적인 모양으로 분할하는 '게리맨더링' 논란이 일었고, 해당 지역주민들이 겪는 생활 불편의 원인을 제공했다. 임기 막바지엔 지역의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면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고, 결국 3선 도전을 접기에 이르렀다.
이런 그늘진 부분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민과 지역사회가 그를 기억하고 다시 품에 안는 관대함을 보여준 까닭을 지금 진흙탕 속에서 허우적대는 후배 정치인들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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