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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현장의 변화 체감할 수 있는 사회복지정책 고민해야할 때

입력 2024-09-1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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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길 경기도의원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선생님께서 종례 시간에 학생들의 가정형편을 파악하기 위해 '집에 차가 있는지', '컬러 TV가 있는지' 등을 물어보셨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가정 상황을 파악하고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처럼 복지정책은 시대의 요구와 사회적 합의 수준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한다.

오늘날 복지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행정제도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를 구축하기 위해 부모님 세대는 많은 노력과 희생을 감수했으며 그 근간에는 복지현장에서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사회복지종사자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러나 사회복지종사자의 헌신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분들은 오랫동안 열악한 근로 환경과 낮은 처우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전국 최대의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는 사회복지종사자의 필요성과 역할의 중요성을 알고 2012년부터 전국 최초로 '경기도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처우개선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일례로 2015년 일부 복지시설만 대상으로 시작한 처우개선수당은 2024년 현재 도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2만3천400여 명으로 확대했다. 필자는 이를 위해 노력하신 관계 공무원과 사회복지 현장에 계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사회복지종사자의 안정된 근로환경에서 더 나은 복지서비스의 혜택은 1천410만 경기도민 모두가 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민선8기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사회복지종사자에 대한 정책관련 불안감과 걱정이 앞선다. 김 지사는 경기도지사 후보 시절부터 줄곧 사회복지종사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을 위한 별도의 공약과 구체적인 처우개선 방향, 목표치를 제시했었다. 이는 2022년 5월24일 김 지사의 소셜미디어(페이스북)에 발표된 '사회복지 행정 5대 정책 공약'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김 지사는 "사회복지가 사회 공동체 유지에 필수적인 영역인 만큼, 사회복지 종사자들 또한 공공 필수인력으로 제대로 대우받도록 해야 한다"고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다만, 무슨 일인지 김 지사의 강력한 의지는 막상 지사 취임 후 구체적인 실행으로 옮겨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김 지사의 임기는 벌써 절반이 지나갔지만 아직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그 변화에 대해서 못 느끼고 있다. 이에 필자는 김 지사께 1천410만 도민을 대표하여 사회복지정책에 대한 의견을 드린다.



첫째 사회복지현장에서 체감하지 못하는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김 지사의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개선의 핵심은 '표준임금제'다. 같은 사회복지 직무라고 해도 지역, 시설, 유형, 소관부서 등에 따라 제각각인 인건비를 일원화하겠다는 내용으로 취임 2년째인 2023년 9월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개선 종합계획'이 발표됐다. 1천410만 도민이 김 지사에게 일임한 지사의 임기는 4년이다. 2년이 돼서야 핵심 공약의 실행이 아닌 밑그림이 나왔다는 것은 사회복지종사자들의 현실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둘째 위태로운 근무환경을 매일 살아가는 사회복지종사자를 생각해야 한다.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인권과 안전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얼마 전 조사에서 도내 사회복지종사자 중 무려 70.7%가 이용자에 의한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이로 인한 높은 우울감, 외상후 스트레스, 낮은 직무만족도를 호소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이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이들에게 고품질의 사회복지가 나오겠나.

필자는 제11대 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서 김 지사께 간곡히 요청드린다.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이 단지 정책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이들의 삶과 직업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

사회복지종사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경기도가 나아갈 방향이며, 이는 곧 우리 공동체의 복지를 지탱하는 근간이 될 것이다.

/윤태길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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