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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트럼프의 연쇄 암살 위기

윤인수
윤인수 논설실장 isyoon@kyeongin.com
입력 2024-09-18 19:57 수정 2024-09-1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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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는 기원전 49년 루비콘강을 건너 종신 독재관에 오르며 로마 권력을 장악했지만 5년 만에 암살로 종지부를 찍었다. 카이사르의 영구집권, 즉 제정을 우려한 원로원 공화정파들의 칼날 아래 피를 뿌리며 숨졌다.

세계사엔 권력을 얻거나 제거하기 위한 역사적 암살사건들이 즐비하다. 가장 손쉽고 확실한 수단이라서다. 의거와 협행으로 추앙받는 암살도 있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는 대한민국의 영원한 영웅이다. 사마천은 시황제 영정의 암살에 실패한 연나라 자객 형가의 의기(義氣)를 '사기'에서 높이 기렸다.

그래도 암살만으로 역사의 전개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카이사르 사후 그의 후계자 옥타비아누스는 로마제정을 열었다. 형가가 암살에 성공했어도 진(秦)나라의 천하통일 주도권은 변함없을 대세였다. 열렬한 남부주의자들의 잔당들이 링컨을 암살했지만 남부 독립 실패로 시작된 미합중국 부흥의 역사는 변하지 않았다.

암살은 지금도 최고 권력자에겐 최악의 현실적 위협이다. 모든 나라가 최고 권력을 비롯한 요인 경호에 최정예 인력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 이스라엘처럼 군사작전용 암살을 벌이는 사례를 제외하면 요인 암살이 극히 어려운 이유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암살'은 명분 없는 반국가, 반국민적 범죄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추석 연휴 중인 15일(현지시간) 두 번째 암살 위기를 모면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13일 첫 번째 암살 위기 때 총상을 입었지만, 이번엔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골프장에 잠복 중인 암살범을 총격으로 저지해 화를 면했다. 1차 암살미수범은 사회에 적개심을 가진 은둔형 외톨이라지만 현장에서 사살돼 범행동기는 미궁에 빠졌다. 이번 암살미수범은 한때 트럼프 지지자였지만 지난해 트럼프 암살을 주장한 책까지 출간했다니 심리 상태가 온전해 보이지 않는다.

최고의 경호시스템도 예측 불가능한 이상동기테러엔 구멍이 뚫린다. 아베신조 전 일본총리는 피해망상을 앓는 청년의 사제 산탄총에 암살당했다. 우리도 지난 총선에서 야당 대표와 여당 의원이 노인과 청소년에게 테러를 당했고, 최근엔 전직 대통령 경호범위 안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신념도 명분도 없는 묻지마 요인 테러는 성패를 떠나 사회를 극심한 혼란에 빠트린다. 우리 정치·사회환경도 요인 경호 시스템을 한층 강화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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