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몰두 민생은 뒷전" 하소연
의대증원 대책없이 정부 일 벌여
국민연금 개혁안 보다 네탓 공방
지역 의원들, 연휴에도 의정활동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한 여객선에서 명절을 섬에서 보낸 시민들이 선물 꾸러미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2024.9.1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5일간 이어진 추석 연휴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의 화젯거리는 '장바구니 물가'였다. '의료대란'의 당사자인 의사집단에 대한 불만 못지않게 이를 장기간 추스르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 인천시민들이 전한 추석 민심은 사나웠다.
50대 주부 남미경씨는 차례상을 준비하면서 높은 물가를 실감했다. 그는 "올해 시금치와 사과가 너무 비쌌다"며 한숨을 쉬었다. 남동구 주민 황모(37)씨는 "배추 두 포기에 3만원이나 한다는 부모님 말을 듣고 다들 물가가 비싸다고 한숨만 내쉬었다"며 "'여야가 정쟁에만 몰두하는 사이 민생은 뒤로 밀려났다'는 비난이 추석 연휴 대화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인천 개인택시 기사 조모(60)씨는 '응급실 뺑뺑이' 관련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 불안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의대 증원에 동의하는 국민은 많지만 이제부터는 '정부가 대책 없이 일을 벌였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50대 남성 안모씨는 "열이 40도가 넘는 아기가 응급실을 거부당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얼마 전에 태어난 조카 손주가 너무 걱정됐다"며 "요즘 응급실 대란에다 서민경제까지 바닥이다. 현 정부가 잘하고 있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고 했다.
민생을 소홀히 다루며 '네 탓 싸움'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에 대한 반감도 드러났다. 회사원 송규산(32)씨는 "정부와 여야가 각자 입장만 강조하면서 정치에 대한 국민 반감이 커지고 있다"며 "직장인들에게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큰 관심거리인데 이 문제에 대한 정치인들의 관심은 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인천지역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원들은 추석 연휴에도 지역구 유권자들을 만나 인사하고 지역 현안을 챙기는 의정활동을 이어갔다. 여야 정치인들이 전한 추석 민심은 '정부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국민의힘), '정부에 대한 분노가 굉장히 심각했다'(더불어민주당)는 식으로 온도차가 컸다. 양당 인천시당의 관심은 오는 10월 예정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 쏠려 있다.
손범규 국민의힘 인천시당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보궐선거에서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공정한 경선을 통해 선정된 후보가 승리할 수 있도록 보수세를 결집할 계획"이라고 했다.
고남석 민주당 인천시당 위원장은 "굉장히 보수적인 강화 지역에서도 현 정부의 강경정책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가 나왔다"며 "이번 추석 민심의 핵심은 현 정권에 대한 분노감"이라고 했다.
/박현주·조경욱·유진주기자 p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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