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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후플레이션 잡을 중장기 농정 대책 서둘러야

입력 2024-09-25 19:55

배추 수급 안정을 위한 안내문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 등으로 인해 배추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후 수원시내 한 대형마트에 배추 수급 안정을 위한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4.9.22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정부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2.0%까지 하락한 것이다. 2021년 3월 1.9%를 기록한 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보다 물가가 빠르게 안정되었다고 밝혔다. 최근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안정적인 데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진 때문인데 돌발변수가 없는 한 물가 안정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서민들의 장바구니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미 누적된 '물가 피로'에다 올여름의 기록적인 폭염이 밥상물가를 뒤흔든 탓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3일 기준 무 소매가격은 1년 전보다 66.7% 올랐고 시금치는 87.5% 폭등했다. 적상추도 1년 전보다 34.0% 올랐다. 신선식품 중에서 수요가 가장 많은 배추 상품(上品)은 전통시장에서 포기당 2만원 이상에 거래된다.

높은 생활물가는 의식주 소비의 비중이 높은 저소득가구와 고령층 등 취약계층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엊그제 농림축산식품부는 큰 폭으로 오른 배춧값을 잡기 위해 27일부터 한시적으로 중국산 배추를 수입하는 한편 산지 유통인과 농협이 물량을 시장에 조기 공급할 수 있도록 출하장려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다음 달 2일까지 대형마트 등에서 최대 40%까지 할인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서민들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김장철이 걱정이다.

지난 2022년 배추 파동 당시 한 대형마트가 중국산 배추를 수입·판매했지만 판매 부진으로 상당량을 폐기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저온(低溫)성인 국내산 배추의 안정공급이 관건인데 배추의 생육 기간은 보통 3개월 정도로 새로운 산지가 활성화되는 10월 중순까지는 높은 시세가 계속될 전망인데, 더 큰 문제는 올해 가을배추와 겨울배추 모두 지난해보다 재배면적이 줄어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한 점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7∼9월 평균 강원도 채소 주산지(평창·강릉·정선)의 폭염 일수는 2000년대 들어 최근까지 증가 추세인데 살인적인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고랭지 배추와 무의 단위당 수확량이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폭염과 폭우 등 이상 기후가 지난해 이후 생필품 물가 상승에 10% 정도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기후플레이션(기후위기+인플레이션) 최소화를 위한 중장기 농업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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