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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초저가, 넌 계획이 다 있구나… 신간 '알테쉬톡의 공습'

유혜연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입력 2024-10-03 19:01 수정 2024-10-03 20:04

테무·알리 등 C-커머스, 세계 곳곳 침투


국내시장 생태계 파괴 등 위험요소 커
'저렴함' 뒤 노동 착취·모방품 등도 문제
면세한도 조정 등 현실적인 대응책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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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 알테쉬톡의 공습┃박승찬 지음. 더숲 펴냄. 270쪽. 2만원


'알테쉬톡의 공습'
당장 필요한 건 아니지만 집에 놔두면 나쁘지 않을 물건. 이를테면 책의 읽던 곳을 표시하는 파스텔톤의 북마커나 아름다운 유리잔 따위 말이다. 지금 주문하면 해외배송으로 2주가량 뒤에 도착한다.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잠시 망설이는 사이, 쿠폰이 적용된 가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O리단길'의 어느 소품 가게에서 본 것과 비슷한 제품이지만 무려 90%가 저렴하다. 도저히 주문 버튼을 누르지 않고는 못 배긴다.

이른바 '알테쉬톡'(알리·테무·쉬인·틱톡샵)을 필두로 한 'C-커머스'(중국계 이커머스)가 글로벌 시장 곳곳에 침투한 비결이다. 중국 기업인 이들은 '대체 마진이 남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초저가 공세를 펼치며 세계 각국의 내수시장을 거세게 흔드는 중이다.



당연히 한국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단순히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고 좋아하기엔 의심스러운 것 투성이이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국내 시장 생태계를 망칠 위험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신간 '알테쉬톡의 공습'에 따르면, 현재 해상을 통해 한국에 들어오는 해상 특송 수입 물품 중 67%는 평택세관을 거친다. 이곳으로 오는 대부분의 물품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같은 중국 해외 직구품들이다. 2019년 152만건, 2020년 1천335만건, 2021년 2천333만건, 2022년 3천204만건, 2023년 4천9만건으로 매년 대폭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초저가를 내세운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기'라는 공격적인 마케팅의 위엄을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알테쉬톡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초저가 마케팅을 유지할 수 있는 걸까. 이유는 제법 씁쓸하다. 우선 이곳에 입점한 의류 업체의 경우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강제 노동으로 수확한 면화를 사용하고 있었다. 노동에 정당한 값을 지불하지 않고 값싸게 이용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미투상품'(모방상품)이다. 어느 상품이 히트를 치면, 비슷한 성능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절반 이하 가격으로 유통한다. 법적으로 책임을 묻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리는 중국 기업 앞에서 특허권도 무용지물이다.

다만, '노동착취'는 중국 기업을 저지하는 좋은 구실로 작용한다. 중국과 대척점에 서서 무역 전쟁을 치르는 미국은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이라는 원칙을 거스르면서까지 이들 기업을 제재하는 데 사활을 건다.

실제 미국 하원은 노동자 착취 등 인권 침해 문제를 이유로 중국 직구 플랫폼을 압박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명분은 '정의롭지 못한 물건'의 수입을 막는 것이나, 실상은 자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의 싸움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걸 방지하는 데 있다.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한국도 미국처럼 대응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중국에 높은 무역 의존도를 보이는 한국은 무역 장벽을 세우는 등 강력하게 관세 보복을 단행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저자 박승찬 교수는 각각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취해야 할 현실적인 대응책을 제시한다. 저자는 C-커머스가 더욱 활개칠 상황을 전망하며 상호주의에 입각한 최소 기준 면세 한도 조정 등을 주장한다.

결국 중국의 알테쉬톡에서 시작한 의문은 글로벌 플랫폼 업체의 한국 시장 침투 문제로 귀결된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작은 내수 시장을 가진 한국의 독자들로 하여금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하는 내용들이다. 결코 시장경제 원리·원칙만으로는 따질 수 없는 난제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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