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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서울 쓰레기 외주화'를 경계한다

김명래
김명래 problema@kyeongin.com
입력 2024-10-09 19:44

서울 송파 쓰레기 50㎞ 떨어진 서구서 처리
관할 행정기관 선별·운반 과정 파악 못해
환경부 반입협력금 3년 유예, 원칙 벗어나
정부 강한 정책 의지 표명 악순환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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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래 인천본사 정치부장
서울 송파구는 자체 처리하지 못한 생활쓰레기를 약 50㎞ 떨어진 인천 서구의 한 민간업체로 보내 태우고 있다. 올 한 해 계약 물량은 9천t으로 인천 공공소각장이 11~12일간 소각해야 처리할 수 있는 대용량이지만 관할 행정기관은 소각 쓰레기의 성상과 선별·운반 과정을 파악하지 못한다. 당연히 서구 주민들도 서울에서 수천t의 쓰레기가 들어오는 사실을 모른다. 이렇게 매일 서울 생활쓰레기는 인천·경기 각지로 향한다. 인천에서는 서구와 남동구가, 경기에서는 안산·화성이 서울 생활쓰레기 집합구역이 돼 버렸다. 안산에는 서울 각지의 쓰레기가 몰려든다. 최근 2년간 안산은 동대문·은평·영등포·금천·중구 등에서 나온 생활쓰레기 2만t 이상을 처리했다. '서울 쓰레기 외주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2021년 7월)에 따라 환경부는 '2026년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예고했다. 2026년부터 인천·경기·서울에서 나오는 종량제 쓰레기는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쓰레기매립지 반입이 안 되고, 태우고 남은 소각재만 묻게 된다. 그에 따라 수도권 각 지역은 소각장 신·증설에 나섰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직매립 금지가 곧 시행되는데 생활쓰레기를 태울 곳이 없다.

특히 민간소각장이 없는 서울 사정이 심각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우(인천 서구을)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서울 소각쓰레기 발생량은 하루 평균 3천52t인데 공공소각장 용량은 2천202t에 불과하다. 현재 과부족 용량은 하루 850t이지만 직매립 금지 시행 이후 그 용량은 급증할 게 뻔하다.

눈앞에 다가온 '서울 쓰레기 대란'을 막으려면 공공소각장을 신·증설해야 한다. 서울시는 상암동 소각장 신설 구상이 주민 반발에 막혀 중단된 이후 뾰족한 대책을 내지 못한다. 서울에 쓰레기 처리 시설을 지을 만한 공간이 없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환경부가 2020년 낸 '폐기물 공공관리 강화 로드맵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의 '생활폐기물 발생지 처리율'은 42.4%, '폐기물처리 역량 시범평가 종합결과'는 36.49점으로 17개 시·도 중 꼴찌였다.



환경부는 서울 경계 바깥 지역으로 눈길을 돌렸다. 인천·경기 지역 민간소각장 활성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를 보면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생활쓰레기 반입 지자체는 반출 지자체에 오는 12월28일부터 반입협력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는데, 민간소각장에 대한 반입협력금은 3년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민간소각장에 반입협력금이 부과되면 쓰레기 이동 경로가 투명하게 공개된다. 이 경우 민간소각장 주변 주민 반발이 거세게 일 수 있고 그에 따라 서울 생활쓰레기의 이동이 막히게 될 것을 우려해 내린 유예 조치로 풀이된다. 생활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 확립을 추구하는 폐기물관리법의 근간을 환경부가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꼴이다.

발생지 처리 원칙은 폐기물 발생·수거와 소각·매립이 시·도 경계를 넘지 않는 근거리에서 이뤄지는 지형을 지향한다. 물론 정부와 각 지자체가 이 원칙에서 벗어난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님비 현상은 극복하기 힘든 벽이다. 우리 동네에 소각장이 들어서는 건 '결사 반대' 하면서도 다른 동네로 보내지는 폐기물에는 눈감는 시민의식이 정책을 뒤흔든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 공직자들이 힘겹게 시설 확충의 단초를 마련해도 격년으로 치러지는 총선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무산돼 원점으로 되돌아가기 일쑤다. 오죽하면 '선거는 폐기물 정책의 가장 큰 방해 요소'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정부가 강한 정책 의지를 표명하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직매립 금지 시행 후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한 근본 해결책은 발생지 처리 원칙 확립이다. 서울시의 공공소각장 확충 없는 쓰레기 외주화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인천·경기 지역을 '서울 쓰레기 클러스터'로 전락시킬 생각이 아니라면 직매립 금지에 대비한 민간소각장 활성화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

/김명래 인천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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