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아이없는 동네엔 '어른이 놀이터'

김성호
김성호 기자 ksh96@kyeongin.com
입력 2024-10-09 20:32 수정 2024-10-09 20:34

'율목' 등 구도심 어린이 공원
방학·주말 외엔 어르신들 차지
노인 휴식공간으로 활용 상황
"인천시 새로운 정책 필요" 지적

인천시 중구의 한 어린이 공원
지난 8일 오후 인천시 중구의 한 어린이 공원에서 어르신 한 분이 시소를 벤치 삼아 앉아 쉬고 있다. 2024.10.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구도심 어린이공원이 어린이가 아닌 노인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는 현실이 인천시의 새로운 공원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일 오후 인천 중구 율목 어린이공원 놀이터. 안내판에 '이곳은 어린이 전용 놀이터로 청소년 및 어른들의 이용을 금지한다'고 돼 있었지만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4시까지 이곳을 이용하는 어린이를 볼 수 없었다.

노인 20여명이 놀이터 가장자리 벤치에 앉아있거나 지팡이를 짚고 주변 '산책 트랙'에서 걷기운동을 했다. 놀이터 한복판을 차지한 미끄럼틀과 그네는 덩그러니 비어 있었다.

한 노인이 시소를 벤치 삼아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올해 83세라는 이 여성은 "수년 전 허리 수술을 했는데, 딱딱한 벤치보다 시소가 편하다"고 말했다. 어린이 놀이터에서 언덕을 오르는 길에 성인용 운동 기구가 마련돼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여성 노인(86)은 "겨우겨우 걷는데 무슨 큰일을 당하려고 운동 기구를 쓰겠냐"고 반문하고 "운동기구는 건강한 노인들이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놀이터 이용자 대부분은 공원 인근 거주자로 '거의 매일 놀이터를 이용한다'고 했다. 답답한 집보다 놀이터에서 쉬는 것이 편하고 나무가 많아 찾는다는 이들도 있었다.

 

노인들이 차지한 구도심 어린이공원
8일 오후 인천시 중구의 한 어린이 공원에서 어르신들이 벤치에 앉아 휴식을 하고 있다. 2024.10.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어린공원 물놀이장이 개장하는 여름방학 기간과 주말을 제외하면 이 놀이터는 주로 노인들이 이용한다고 했다.

율목 어린이공원은 1996년 7월1일 준공됐다. 율목풀장으로 쓰이던 공간이 공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율목동 20대 미만 주민 비율은 10년 전 16%에서 최근 6%로 감소했다. 이 지역 전체 주민수는 감소했지만 60세 이상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곳 어린이 놀이터에는 노인들을 위한 시설이 딱히 보이지 않았다. 어린이 놀이터 이용에 불편한 점이 없느냐는 기자 질문에 이곳 노인들 대부분은 "놀이터에 부족함이 없다" "이만하면 됐다" "고치면 다 세금이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놀이터 주요 동선은 계단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계단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몇몇 노인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정희남 인천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은 "노인 여가생활은 경제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공원은 비용 지출 없이 가장 저렴하게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복지시설"이라며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어울리는 인천만의 노인을 위한 공원 정책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표 참조

2024101001000072300007462

 

→ 관련기사 (인천시 '나이 든' 어린이공원 230곳 '회춘' 시킨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