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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명창의 눈물

강희
강희 hikang@kyeongin.com
입력 2024-10-15 20:10 수정 2024-10-15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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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창이 눈물을 흘렸다. 양문석 의원의 '기생' 발언 파문이 일파만파다. 지난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양 의원은 김건희 여사와 무형유산 원로·문하생의 청와대 오찬간담회에서 국악인들이 가야금 연주 등 공연을 한 점을 문제 삼아 "이분들이 기생인가, 기생집을 만들어놨다"고 목청을 높였다. 김 여사를 저격하려 국악인들을 모욕한 것이다.

무형유산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 이영희 명인, 판소리 보유자 신영희 명창 등 국악인 20여명이 14일 분노의 기자회견을 했다. "가야금 하고 창 한 번 했다고 어찌 기생 취급을 할 수 있나", "저는 이미 나이를 먹어 괜찮지만, 유치부, 중고등부, 대학, 박사 등 뼈아프게 노력한 후학들을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국악인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전통 계승과 후학 양성을 평생의 소명으로 여긴다. 국가무형유산전승자 중 보유자·보유단체·전승교육사에게는 전수교육비가 지급되지만, 전체 전승자의 95%인 7천여명은 지원금 없이 전승활동을 해왔다. '국악진흥법'이 올해 7월 시행됐지만 열악한 처우는 여전하다. 문화재청은 우수 이수자 270여명을 선정해 전승활동 장려금을 지급하는데 2년간 매월 50만원에 그친다.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와 보유단체 지원금도 소폭 상향됐지만 전수교육을 활성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하여가(1993)'에 능게가락을 실어 참신한 충격을 던졌고, 지드래곤의 '늴리리야(2013)'는 '얼씨구 절씨구 잘도 놀아난다'라는 가사마저도 스타일리시하다. 전통 군례악을 활용한 BTS의 '대취타(2020)'는 빌보드에 올랐고, 지코의 '아무노래(2020)'는 국악기 챌린지로 수혜를 입었다. '쑥국 쑥국 쑥쑥국 쑥국/삼월 삼짇날 연자 날아들고/호접은 편편 나무나무 속잎 나/가지 꽃 피었다 춘몽을 떨쳐…' 밴드 이날치는 '새타령'으로 판소리·국극 소재 드라마 '정년이(2024)'의 OST 첫 주자로 나섰다.



국악과 K팝의 컬래버는 때론 신명나게, 때론 애잔하게 대중에 스며든다. K팝이 우리만의 색깔로 흥할 수 있는 뿌리는 국악이고, 국악 스스로 현대적 장르로 진화중이다. 전 세계를 매료시키는 K-문화를 향한 찬사엔 국악도 예외가 아니다. 전통을 이어가는 국악인들의 자존심이야 말할 나위 없다. 양 의원이 제 팔뚝을 물었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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