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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블록에 막힌 휠체어… 지구대 장애인 이용 '문전박대'

김준석·김태강
김준석·김태강 기자 joonsk@kyeongin.com
입력 2024-10-15 20:21 수정 2024-10-15 21:18

좁은 출입구에 카 스토퍼 막아
주차공간 작고 표시도 불분명
법적기준 충족 시설 69% 불과
수년째 지적에도 개선은 미미


휠체어 출입이 어려운 지구대
경기도내 일부 지구대·파출소에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미흡해 장애인들이 출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출입구가 순찰차 주차구역과 너무 가까워 휠체어 출입이 어려운 성남시 한 지구대. 2024.10.1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5일 안산시 단원구의 한 지구대 출입구는 순찰차 주차면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일반인 한 명이 겨우 지날 정도의 공간만 확보됐을 뿐, 장애인이 휠체어로 출입할 너비는 전혀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다. 순찰차가 주차돼 있지 않더라도 카 스토퍼(주차 블록)와 볼라드가 가로막고 있어 휠체어 통행은 아예 불가능했다.

같은 날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지구대는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이 비장애인 차량이 주차하기에도 힘들만큼 좁았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관련법 상 안내표지판 설치는 물론 식별하기 쉬운 바닥 표시도 돼 있어야 하지만, 해당 주차공간에는 관련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데다 장애인 주차면 표시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치안을 책임지는 지구대·파출소가 장애인들에겐 높은 문턱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 상 지구대·파출소는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예외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도내 일부 지구대·파출소에는 기본적인 기준조차 충족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공원과 공공건물, 공중이용시설, 공동주택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3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현황' 자료를 보면 각 경찰서 지구대·파출소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은 82.5%로, 전체 시설 평균인 89.2%보다 6.7%p 낮았다.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는 시설조차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비율이 69.9%에 그쳤고, 이 역시 전체 평균(79.2%)에 미치지 못했다. 성남시 수정구의 한 지구대는 출입구 앞 점자블록 위에 매트가 깔려있는가 하면 경사로엔 라바콘까지 올려져 있어 시각장애인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었다.

지구대 주차장 내 비좁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경기도내 일부 지구대·파출소에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미흡해 장애인들이 출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15일 수원시 장안구 한 지구대 주차장 내 비좁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2024.10.15 /김태강수습기자 think@kyeongin.com

지구대·파출소의 장애인 접근성 문제는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지난 2020년 전국 지구대·파출소·치안센터 1천여 곳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조사한 결과, 휠체어가 접근할 수 없는 곳 73건, 시각장애인 점자블록 미설치 166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는 화장실 792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듬해 경찰청이 관련 개선 계획을 세워 예산을 확보하고 매년 전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계획했지만, 지금까지도 문제 해결은 요원한 실정이다. 도내 한 경찰서 관계자는 "문제로 지적된 해당 지구대로 접수된 장애인 통행 불편 신고는 없었다"며 "추후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김태강수습기자 joons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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