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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희 신작 연극 '통화중'… 고립된 삶에 따뜻한 위로

박경호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입력 2024-10-20 18:51 수정 2024-10-21 15:28

김훈동 서간 에세이 '붉은 유뮈' 원작
내달 1~3일 인천 신포아트홀서 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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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통화중' 스틸컷. /박은희 제공

서간 에세이를 모노드라마로 각색한 연출가 박은희의 신작 연극 '통화중'이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인천 중구 신포아트홀에서 초연을 한다.

편지글 형식으로 쓰인 에세이를 1인극으로 재탄생시킨 연출가의 고난도 작업이 눈길을 끈다. 원작은 김훈동의 서간 에세이 '붉은 유뮈'(2004)다.

원작 에세이의 화자로 등장하는 40대 중반 주부는 남편의 직장 해외지사가 있는 동유럽의 한 나라에서 3년 동안 살면서 1주일에 한 통씩 '그'에게 편지를 쓴다. 화자는 자신의 가장 내밀한 곳에 숨어있던 '그 사람'에게 편지를 쓰면서 고독한 시간들을 온전하게 살아낸다. '그'는 가상의 답장에서 등장하는 활달하고 격조 높은 긍정의 아이콘이다.



작품명 '통화중'은 이중의 뜻으로 이해된다. 남이 통화 중일 때는 자신에겐 부정의 의미이고, 자신이 통화 중일 때는 긍정의 의미가 된다. 원작에서는 화자인 '그녀'가 '그'와 내면의 세계에서 소통이 이뤄진다고 느낄 때를 의미한다. '그'의 존재는 주인공인 '그녀'가 통화 중이라고 느낄 때 '목소리'로 등장한다.

자신의 가장 내밀한 곳에 숨어있던 '그'에게 빗물처럼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흘러내리거나 스며들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그녀'는 결국 극단적 선택의 유혹을 극복해낸다.

베테랑 배우 전현아가 '그녀'를 맡아 1인극을 이끈다. '그'의 목소리는 극단 고향의 원로 단원인 정운용과 신철진이 목소리로만 특별 출연한다.

박은희 연출가는 "서간체 문체를 최대한 살리며 연극적인 무대를 만들기 위해 숙고했다"며 "누구나 생각지 않게 겪게 되는 다양한 형태의 고립된 삶이 안겨주는 감정들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도 불사하려는 현대인들에게 함께 자기 안에서 관념으로 승화시키는,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한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연극이 필요한 시대라는 생각에서 기획했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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